대전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는 김모씨(31)는 지난주 학생 10명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줬다가 2만5000원이 넘는 결제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요즘 아이스크림 가격이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며 “앞으로는 같은 종류로 골라 ‘묶음 할인’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름철 간식 아이스크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완제품값도 함께 상승한 것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122.38로 작년 같은 달(117.17)보다 4.4% 상승했다. 2019년 6월(97.23)과 비교하면 5년 새 25.9% 뛰었다. 업계에선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아이스크림 가격도 올랐다고 설명한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설탕 가격은 5년 전 같은 달보다 42.9% 상승했다. 물엿(44.0%)과 계란(42.0%), 우유(16.9%) 등 다른 원재료도 일제히 올랐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통계상 수치보다 더 높다는 지적이다. 이날 세종의 한 편의점에선 빙그레 떡붕어 싸만코(150mL)를 2200원, 해태 바밤바(67mL) 1500원, 롯데 빠삐코 초코(130mL) 1800원 등에 판매 중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동전 몇 푼’으로 사 먹을 수 있었던 아이스크림이 이젠 2000원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제품 특성상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을 더 민감하게 느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은 유년기나 학창 시절에 접한 가격이 일종의 ‘준거점’으로 작용한다”며 “일반 제품처럼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데, 준거점은 먼 과거에 머무르다 보니 가격을 볼 때마다 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