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때 폐기된 ‘인공지능(AI) 기본법’ 논의가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작됐다. AI산업 진흥과 안전성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후 여야는 AI 관련 법안을 6건 발의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AI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이 22대 국회 첫 AI 법안이다. 이어 같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은 정점식 의원이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각각 ‘AI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의 민형배 의원, 권칠승 의원 역시 AI 기본법 성격의 법안을 최근 공개했다.
6개 법안엔 모두 AI 기본계획을 수립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AI 기술 육성과 통제 방향을 정하도록 한 것이다. AI 위원회 설치도 공통으로 들어갔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의사결정 기구를 설립하는 게 골자다. 안철수·조인철·정점식 안은 대통령 소속으로, 김성원·민형배·권칠승 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위원회를 두자고 했다. 민형배 안은 지역 AI 위원회 설치도 규정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AI 정책을 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위험 AI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 역할 등도 각 법안에 포함됐다. 다만 고위험 AI의 범위와 규제 수준은 법안마다 다르다. 정점식 안은 생성형 AI 제품에 AI가 만든 것이라는 내용을 표시하도록 했고, 권칠승 안은 일부 AI의 개발·이용 제한 내용을 담았다.
시민단체들은 고위험 AI를 정확히 규정하고 이를 개발하는 기업의 의무를 법에 자세히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선거, 복지, 고용, 교육 등에 쓰이는 AI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산업계에선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명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이다. 세세한 사례를 법에 적시하기보다 큰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 규제는 추후 결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옳다는 얘기다.
한국은 이미 규제 체계가 완성 단계인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AI 제도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21대 국회에서 AI 기본법을 논의했지만 표류하다가 여야 갈등으로 폐기됐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