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동탄과 과천, 성남, 파주 운정 등에서 ‘청약 대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순위 청약에 수만 명씩 몰리고, 청약통장 만점(84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공통점이다. 자재값과 인건비, 금융 비용 등의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가격이 분양 성적을 좌우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약자 ‘11만 명 vs 2명’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화성 동탄역 역세권 마지막 분양단지 ‘동탄역 대방 엘리움’은 지난 9일 1순위 청약에서 186가구 모집에 11만6621명(경쟁률 627 대 1)이 신청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2㎡는 5억9423만~6억8237만원에 공급됐다. 바로 옆 단지인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5.0’ 전용 84㎡가 지난달 9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시세보다 3억원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면서 올해 들어 최다 청약자가 몰렸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성남 금토지구의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와 파주 운정신도시의 ‘파주 운정3 이지더원’에도 각각 2만8869명(1110.4 대 1), 1만5567명(60.5 대 1)이 몰리며 모든 면적이 1순위에서 마감했다. 억대 시세차익이 예상돼 ‘로또 단지’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들이다. 지난주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한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도 1순위 청약에 10만 명 넘게 신청했다. 만점짜리 청약통장이 두 개나 등장했을 정도다.
입지 경쟁력이 좋은 단지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선방하고 있다. 이달 성남 수정구에서 분양한 ‘산성역 헤리스톤’이 대표적이다. 전용 84㎡가 시세 수준인 11억원대에 공급됐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30.6 대 1에 달했고, 만점 통장도 나왔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과 바로 붙어 있는 데다 대단지 매력이 부각돼 청약 성적표가 좋았다는 분석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에 4만 명 넘게 몰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방이거나 가격과 입지 메리트가 없는 곳은 흥행 참패를 겪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9일 청약을 받은 울산 울주군 ‘울산 진하 한양립스 그랑블루’는 210가구 모집에 단 2명만 신청했다. 광주광역시와 대전, 의정부 등에서 공급된 단지에서도 청약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분양가, 2억원 상승앞으로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신규 공급에서 지역 내 최고 분양가를 갈아치우는 사례가 반복돼서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서울 강북권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3.3㎡당 분양가가 가장 높은 10개 단지 중 9곳이 최근 1년 새 공급된 단지였다. 분양가 급등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달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공급 예정인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의 전용 59㎡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9억6700만원, 전용 84㎡는 12억1100만원에 책정됐다. 2022년 12월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전용 59㎡가 7억9840만원, 전용 84㎡는 10억2350만원에 나왔다. 불과 1년7개월 전 장위뉴타운의 전용 84㎡를 분양받을 돈으로 최근에는 전용 59㎡만 살 수 있는 것이다.
강동구의 몸값도 3~4개월마다 10% 넘게 뛰고 있다. 작년 7월 길동 ‘강동중앙하이츠시티’가 3.3㎡당 4572만원에 나왔는데, 올해 2월 성내동 ‘에스아이팰리스올림픽공원’은 5701만원까지 뛰었다. 경기 과천에서도 역대 최고가인 3.3㎡당 5600만원대 분양(과천주공4단지 재건축)이 예고되는 등 수도권 인기 주거지의 분양가가 ‘점프업’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