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0일 16: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VIG파트너스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국내 1위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의 소수 지분을 매각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다가 소수 지분을 따로 떼어내 먼저 매각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조 단위 펀드 결성을 앞두고 회수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VIG파트너스와 단기간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자 하는 KKR 크레딧펀드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의 이번 프리드라이프 소수 지분 투자는 바이아웃펀드가 아닌 크레딧펀드에 집행했다. 지난해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잡고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 4000억원을 대출해준 것도 KKR 크레딧펀드다. 크레딧펀드는 바이아웃펀드보다 짧은 기간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는 걸 목표로 한다.
KKR은 프리드라이프 소수 지분을 인수하면서 주주 간 계약으로 태그얼롱(동반매각참여권)을 받았다. 프리드라이프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VIG파트너스가 원매자를 찾아 매각할 때 KKR은 VIG파트너스와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붙여 팔 수 있다. KKR은 향후 지분 매각 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도 보장받았다. 보장 수익률은 두 자릿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프리드라이프 매각 작업이 단시간 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소수 지분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KR은 이번 투자 때 프리드라이프의 기업가치를 1조원대로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VIG파트너스가 희망하는 프리드라이프의 몸값은 1조5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VIG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에 매각을 마무리하면 KKR도 그 수혜를 같이 누리게 된다.
VIG파트너스 입장에선 KKR에 소수 지분을 내줘 향후 경영권 매각 시 수익을 공유하게 됐지만 주요 포트폴리오인 프리드라이프의 몸값을 시장에서 1조원 이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큰 성과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노란우산공제회와 사학연금 등의 대형 기관투자가가 진행한 출자사업에 선정되긴 했지만 조 단위 펀드 결성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인 국민연금 출자사업에서 한앤컴퍼니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VIG파트너스는 올해도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재도전해 현재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회수 성과를 입증하는 게 중요한 만큼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 경영권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 소수 지분을 넘기는 이례적인 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소수 지분 매각으로 VIG파트너스는 2016년 결성한 3호 블라인드펀드 출자자(LP)들에게 투자 원금을 모두 돌려줄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VIG파트너스가 경영권 지분을 매각할 때 원했던 밸류보다 낮은 수준에 KKR에 소수 지분을 내주는 거래를 한 건 회수 성과 입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딜을 찾는 KKR 크레딧펀드와 이해관계가 맞아 이례적인 딜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