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희귀 소아뇌종양 유전적 특성 규명

입력 2024-07-10 14:54
수정 2024-07-10 14:55


국내 연구진이 뇌 속 맥락얼기에 생기는 소아 종양의 유전학적 특성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엔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유족의 기부금이 활용됐다. 소아 뇌종양의 2~6%를 차지하는 맥락얼기종양은 그동안 조직 확보가 어려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김승기 소아신경외과 교수팀과 이세민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소아 맥락얼기종양 환자의 종양조직과 혈액을 이용해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암종의 특성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맥락얼기는 뇌실 속에 있는 혈관과 세포로 이뤄진 그물 같은 구조물이다. 뇌와 척수에서 뇌척수액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종양이 생기는 맥락얼기종양은 소아 뇌종양의 2~6%를 차지한다. 주로 5세 미만 소아에게서 진단된다.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맥락얼기유두종(양성 종양, 수술적 제거 후 좋은 예후), 비정형 맥락얼기유두종(중간 정도의 예후), 맥락얼기암종(악성 종양, 빠른 진행과 재발 가능성 높음)으로 분류된다.

희귀암인 맥락얼기종양은 조직 확보가 어려워 그동안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단일 오믹스 방법론을 활용해 종양을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소아 맥락얼기종양 환자 20명의 전체 유전체 시퀀싱, 전체 전사체 시퀀싱, 메틸화 시퀀싱 등을 진행하는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암종의 차이점을 규명하는 데 연구 초점을 맞췄다.

맥락얼기암종 환자 82%는 TP53 돌연변이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선 EPHA7 변이가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EPHA7 변이가 암종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맥락얼기암종에선 맥락얼기유두종보다 세포 주기 조절과 상피간엽이행에 관한 유전자가 많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맥락얼기암종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전이되는 등 악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뇌와 척수를 둘러싼 연수막으로 전이되면 원발암과는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맥락얼기암종은 맥락얼기유두종보다 종양이 더 활발하게 진화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중오믹스 기법을 통해 맥락얼기종양의 유전학·후성유전학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종양 간 분자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다"며 "새 표적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극복사업 일환으로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국제학술지 신경병리학회보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