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0일 14: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성장 시대, 성장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다름 아닌 외부 수혈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비오는 잠실의 어느 카페에도, 나말고 달랑 하나 더 손님이 있는 테이블에는 금발의 외국인과 젊은 한국인 커플이 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아 부럽다) 바야흐로 성장을 위한 통합, 합병, 포용의 시대이다!!
이제 비단 우리같은 사모펀드들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어떤 회사랑 어떤 회사가 합병했다는 둥, 누가 누굴 샀다는 둥, 외국 어쩌구 회사가 한국 어쩌구 브랜드를 인수했다는 둥, 한국 어쩌구가 미국 어쩌구에 진출했다는 둥은 흔하디 흔한 뉴스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성장을 위한 가장 안정적이고 빠른 방법, 바로 인수합병 (M&A)는 이제 더 이상 신비한 오즈의 마법사가 아니다.
그런데, 내집마련 보다 훨씬 큰 돈들여서 회사를 사놓고 멀뚱히 따로 두면 말짱 꽝이다. 그럼 어떻게 비싸게 돈 내고 사온 회사, 혹은 조직을 합쳐서 1+1=3을 만들 수 있을까? 오늘은 초속성으로 조직통합의 꼼수를 한번 훑어 보자. 시너지를 위한 조직통합의 필수 항목 (do’s)1) 안심 시키기 ? 인수되는 사람이 제일 불안하다!
일단 반드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인수되는 사람이 제일 불안하다’라는 점이다. 물론 큰 돈을 덥석 쓴 입장으로 보면 인수를 한 그대들이 (혹은 흡수를 한 조직장이) 안절부절 하는게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입장이 누구인지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인수 당하는 (혹은 소위 먹히는) 쪽이 제일 불안한 것이 맞다.
조직의 불안이 나쁜 이유는 여러가지 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나쁜 부작용은 이른바 역선택 (Reverse choice)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옮겨가고, 갈 곳 없는 쭉정이들만 주루룩 남아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회사를 인수했다는 건, 매출, IP, 공장, 브랜드, 기술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에이스를 포함한 조직 혹은 인재도 포함된다. 그러니 조직불안을 방치하면 여러분의 소중한 돈도 함께 후루룩 날아간다. 이직하는 직원들과 함께 꿀같은 거래처와 기술, 그리고 소중한 고객까지도.
2) 반발짝 빨리, 그리고 집요하게 산통을 깨 버릴 것 (aka 소문잡기)
이상적인 M&A의 최정상에는 새롭게 합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들 중에서도 특히 ‘에이스’들이 뿌리를 내려서 그들의 에너지와 경험이 기존 조직으로 흡수되고, 이른바 미꾸라지 역할을 해서 전반적인 조직의 쇄신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우리가 기억하는 성공적인 초대형 M&A에서 종종 관찰 되는데, 예를 들면 D모 그룹의 H모 중공업 인수가 좋은 예다. D그룹은 이를 통해 기존의 소비재 기반에서 중공업 기반으로 칼라를 바꾸게 되는데, 당시 한 때 잘 나가던 공기업이었던 H사의 SKY 출신 에이스들이 무사히 D그룹에 자리 잡았고, 또 당시 D그룹 회장님의 집요한 인재 욕심 덕분에 이 M&A에 관련되어 있던 컨설턴트들을 모조리 그룹으로 끌어들여, 결론적으로는 조직 내 인력 수준을 약 5-6년에 걸쳐 두 세 단계 업그레이드 하게 되었다. 이처럼 자산이나 사업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인수 및 흡수해야 M&A의 진정한 가치가 빛나게 된다.
자, 그럼 어떻게 불안해 하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것인가? 그 비법은 불안의 요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반발작 먼저’ 만져 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i) 커뮤니케이션은 반발 빠르게
조직통합에서 제일 나쁜 것은 인수 합병 혹은 신규 조직 통합 혹은 개편에 대해서 사람들이 ‘소문을 통해서’ 듣는 것이다. 소문이란 자고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어 있고, 다리는 없는데 천리를 가는 말 모양을 하고 있다. 이렇게 소문은 뱀과 말처럼 생긴, 천리를 가는 전설 속의 괴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떄문에 우리는 이 괴물이 생기기 전에 반발 앞서서 (한 발이 아니다) 산통을 꺠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루머보다 재미없는 게 뉴스고, 뉴스보다 재미없는게 회사 워크샵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걱정거리를 담담한 현실, 회사 이메일 혹은 다음 주에 벌어질 회식으로 만들어 주는 게 가장 불안감을 줄인다 (벌써 직원들 김빠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또다른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투자했던 소비재 기업인 A사의 경우, 147개의 추가 M&A 대상 회사를 검토한 다음 (아, 괴롭다… 다시 생각하니) 고르고 골라서 경쟁사여던 B사를 낼름 인수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같은 업종의 경쟁사이다 보니 ‘누가 점령군으로 들어온다더라,’ ‘어떤 사모펀드가 인수한다더라,’ ‘사장님은 재벌이 되어서 해외로 뜬다더라’ 등등 온갖 소문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런 소문이 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우리는 바로 양사의 본사직원들을 모두 모아서 파티 (라고 쓰고 워크샵이라고 읽는)를 열어주었다.
파티라 해봐야 별거 없었는데, 조그마한 극장 일부를 대관해서 당시 우리나라에서 개봉박두하던 헐리우드 작품을 남들보다 몇시간 먼저 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이거 은근히 자랑거리이자 애사심의 유치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영화 예고편이 나오는 자리에 우리는 양사 소개자료와 합병의 이유, 우리의 앞으로의 비전을 담담히 지루한 슬라이드로 띄워주었고, 극장을 딱 반반씩 채우고 있었던 양사 직원들 그리고 임원들을 대충대충 소개하였다.
이렇게 대충이라도 설명과 인사를 하면 서로의 실물을 보는 양 조직들, 특히 인수되는 조직들은 상대편이 전설 속의 괴물이 아니고 그냥 나같은 아저씨 혹은 회사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약간의 안도와 약간의 실망을 하게 된다. 영화 관람 이후 바로 이어진 간단한 점심 회식으로 통합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새로운 경영진들과 나누고 난 덕분에, 이후 몇달간 이어진 조직 통합 작업에서도 ‘아 그 떄 극장에서 보고 맥주 한 잔 같이 한 그 양반’ 이러면서 서로 훨씬 마음이 편해 졌다 (고 나는 믿는다). 인생 뭐 있나? 그냥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방법으로 딱 반발 앞서서 이야기해 주면 서로 편하다.
(ii) 커뮤니케이션은 신속 & 집요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때 두번째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은 그 단계와 단위가 극도로 촘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합의 메시지는 인수 혹은 합병의 루머가 나는 날 로부터 일주일을 넘지 않아야 되고, 그 인수와 합병이 발표되거나 결정된 날로부터 3개월간 최소 일주일 단위의 팀 단위, 부서 단위까지 아주 촘촘하게 계획을 짜서 실행해야 한다. 이 때 주의 해야할 점은 아주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는 점이다.
즉 사장이 부사장한테, 부사장이 이사한테, 이사가 본부장한테, 본부장이 팀장한테, 팀장이 과장한테, 과장이 대리한테, 대리가 경비아저씨한테, 경비아저씨가 주방 아줌마한테, 주방 아줌마가 인턴한테 무슨 이야기를 할지 딱 정해줘야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이 메시지가 (솔직히 말하면) 반드시 잘 정리된 “찐 계획”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메시지는 우리의 의도이자 우리의 그림이다. 그 그림이 100% 다 실현되면 너무 좋겠지만 안 될 수 있다. 뭐 그게 인생 아닌가? 자자, 아저씨 여러분들이 지금 사모님들에게 결혼해달라고 조르면서 저질렀던 수많은 공략들을 생각해보라. 우리의 약속은 진심이었으나 (아직) 현실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아저씨들이 모두 파렴치한은 아니지 않는가!!! (험)
여튼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하부로 촘촘히 내려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 한 번 이야기 한적이 있는데, 이런 ‘캐스케이딩’ (메시지 내리기)에서 유용한 꼼수가 ‘회식 예산’ 주기이다.
종종 MZ들 혹은 MBTI상 극 I들이 조직 중간중간에 끼어 있게 마련인데, 태생적으로 부끄럽거나 꼰대들이 말거는걸 극협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록 커뮤니케이션이 중간 중간 뜨거나 내려가다 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떄는 종종 “시간 한정판 회식 예산”을 활용해 보라. 즉, 앞으로 일주일 혹은 한 달 동안 팀원 누구누구와 같이 쓰지 않으면 없어지는 법카 찬스를 주는 것이다. 그대가 MZ이건 INTP이건 누구건 이 세상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첫 번째가 김태엽 (죄송하다), 두 번째가 꽁돈이다. 이 꽁돈이 내 손에 떨어졌을 때 그것이 그냥 없어진다면 분노해 마지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주 쉽고 간결한 메시지와 함꼐 주어진 회식 예산은 여러분들에게 의외로 손쉽게 통합조직이라는 작품을 만들어준다.
3) 현찰 없는 의사소통은 앙꼬없는 찐빵
마지막으로 조직 통합에서 중요한 점은 통합이 말이 아닌 현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통합 조직이 간결하고도 일관된 목표를 갖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팀단위, 혹은 부서 단위로 계좌에 직접 입금되는 현찰이 함께 할 때 여러분은 진정한 조직통합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면 이 현찰을 어떻게 주나?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통합의 핵심인 KPI 즉 핵심성과지표를 정의하는 것이다. 그렇다. 현찰은 조직개편의 빌미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돈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뭘하면 준다가 있어야지, 내 눈에 이쁘면 준다, 퇴근 늦게 하면 준다 등등은 절대 안된다.
이런 근거를 만들자고 판을 펼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두 조직간의 직급이나 성과 평가 체계 혹은 연봉 및 성과급 체계를 비교하게 되는데, 이를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만드는 척 하면서 그간 직원들의 반발로 못 밀어붙였던 성과급 체계를 밀어붙이는 좋은 계기를 만들게 된다.
주의할 점은 그렇다고 통합 직후에 바로 양사의 직급과 직함을 통일하고 연봉 체계를 바꾸면 절대 안된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양사 조직의 연봉 체계나 타이틀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왜냐하면 세상에 하향 평준화란 없기 떄문에 무턱대고 맞추다보면 나이 때문에, 혹은 부부장/본부장/이사대우 이런 모호한 타이틀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과한 승진과 월급 인상이라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종종 멋있는 대기업들이 무턱 대고 중견 중소기업을 인수한 다음 그룹 통합 인사체계를 적용하고 나서 바로 적자로 돌아가는 일들이 (거의 100%) 있는데, 사업이 후져진게 아니고 실상은 이런 획일화된 통합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다. (뭐 특히 프리라이더들은 개꿀이겠지)
그래서 어느 정도는 기존의 타이틀 혹은 연공 체계를 1-2년 정도 기간을 주고 유예하되, 다만 승진자의 선별 기준을 정하거나, 일정 타이틀 (예를 들면 팀장)이상 승진하게 되면 새로운 연봉/보너스 방식으로 적용하는 식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조직통합에는 ‘겹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런 조직을 같이 두고 보면 잘하는 에이스들이 슬슬 눈에 띄게 되고, 이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1년 정도 평가한다고하면 조직의 텐션도 좀 올라가고, 또 통합을 빌미로 모든 대표이사들이 꿈꾸는,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급 체계’ 즉 연봉보다 보너스가 많은 (= 고정비보다 변동비가 많은) 실적 위주의 조직으로 바꾸는 좋은 핑게,,,, 아니 단초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꼼수를 나누면,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이 최근 주도하고 있는 “국적 불명의 타이틀”을 만드는 것이다. 즉 기존에 흔히 쓰던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은 7080 꼰대 문화의 산물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우리 모두 새로이 사랑하는 “매니저”, “팀장”, “책임”, “총괄”, “어쏘시에이트”, “파트너”, “프린시펄”, “부문장”, “그룹장”, “위원”, 어쩌구저쩌구 (나도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본부장이 높은지 부사장이 높은지 팀장이 높은지 총괄이 높은지 물어보면 방금 이 글을 쓴 필자도 헷갈린다. 그렇지만 이렇게 국적 불명의 직급으로 바꿈으로써 과장과 주임 사이 혹은 차장과 부부장 사이에서 나오는 묘한 상하관계를 흐릿하게 만들 수 있고, 이런 타이틀의 흐릿함이 커질수록 결국 연봉과 보너스, 그리고 권한과 성과가 장땡이라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자자, 그럼 성장의 시초가 되는 조직통합을 추구할 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조직통합의 실패를 부르는 지름길 (don’ts)1) 하늘 아래 태양은 두 개 일 수 없다
제일 범하기 쉬운 실수는 두 조직을 통합하면서 대장을 둘로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과장님은 둘, 차장님은 둘, 이사님은 둘, 본부장님은 둘이 될 수 있어도 사장님이 둘이 될 순 없다. 사장 뿐 아니라 전 사주, 전 사주의 형, 와이프, 아들, 동생, 삼촌, 이혼한 동생 남편 다 포함이다 (참고로 필자는 방금 이야기한 모든 케이스들을 겪어보았다! 아이구 내팔자야). 통합할 두 조직의 장이 부득이한 이유로 모두 살아남는다면 그 장들 사이의 헤게모니를 확실히 정리해줘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에는 조직은 정치판으로 흘러가게 되고, 양쪽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상대방을 깎아내려서 자기들을 돋보이게 하려는 네거티브 경쟁이 종종 생긴다 (자자 선거판을 보라. 이해가 팍 되지 않는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필자는 사전에 누구를 남길지 혹은 둘 다 날려버릴지 아주 꼼꼼하게 정리하고 들어간다.
참고로, 회사에 남아계시는 전 사주 혹은 매각하시는 회사의 사장님의 실질적인 유통기한은 6개월, 통상적으로는 3개월이다. 신비하게도 3~6개월이 지나면, 자꾸 허리가 아프고, 발바닥이 아프고, 손가락이 아파서, 회사로 출근보다는 경기도 혹은 강원도 아니면 제주도 모처에 있는 골프장 혹은 산에서 요양을 하시게 된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이거야말로 잠실 김대표가 꿈꾸는 5년 뒤 (아님 10년 뒤)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회사를 팔고, 현찰이 입금되고, 가슴이 벌렁벌렁, 아드레날린이 뿜뿜 하시는 창업주를 모시고 있다면 그 분의 노하우를 빨리 받아 와서 이 분이 3~6개월 뒤에 힘이 갑자기 쭉 빠졌을 때 잽싸게 회사를 경영해나갈 수 있는 후진들을 미리 준비시켜 놔야 한다.
2) 조직통합의 유통기한은 6개월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조직 통합에 6개월 이상 시간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아까 3개월 내로 커뮤니케이션을 꼼꼼히 하라라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반대로 조직은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이른바 이너시아(inertia) 혹은 관성이라는 것이 생겨서 “어 이대로 그냥 살만 하네, 별 게 아니네”라고 하고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 통합이랍시고 기합이 처음 빡 들어 왔을 때, 즉 과도한 아드레날린 나왔을 때 좀 더 조직을 좀 과격하게 움직이기 쉽다. 그동안 꿈꿔왔던, 그러나 계기가 없어서 못했던 구조조정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근데 요 타이밍에 단도리 치지 못하면 대충 6개월 뒤부터는 그냥 그냥 옛날 조직으로 다시 돌아가서 각자 고만고만한 작은 성을 짓고 알아서 각자도생하는 원래 힘 빠진 조직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 타이밍이 진짜 중요한데 그렇기 위해서 조금 극단적인, 그리고 충격을 줄 수 있는 고위급 인사를 첫 3개월 안에 완료시켜놔야 새로운 인물이 들어가서 기존 조직들이 관성에 빠지기 전에 그 밑에 조직을 달달 볶아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저번에 이야기 했던 조직 내 묵은지 혹은 잡초들을 뽑을 때에도 ‘선례’를 만들어 평소에는 못할 수준의 조직 개편을 밀어 붙일 수 있다.
3)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인생 모든 것들이 그렇듯, 통합하는 그 어떤 조직이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그동안 각자 살아오던 두 회사를 혹은 다른 조직들을 통합한다고 해놓고 R&D는 송도에, 영업은 서울에, 인사총무는 과천에 뭐 이딴 식으로 두면 조직 통합은 실제로는 말장 도루묵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꾸역꾸역 된다고 쳐도 그 난이도가 최소한 3배 이상 올라간다.
물론 조직의 반발도 상당 할 것이다. 보통 나오는 핑게를 나누면, 박사님들이 즐비한 R&D 팀은 해변가, 혹은 경치 좋은 곳에 두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썰, 영업조직은 지하철역 근처에서 놔두어야 효율이 올라간다는 썰, 생산 조직을 한 장소에 뭉쳐놓으면 노조가 생기기 쉽다는 썰 등등… 물론 각각은 다 이유와 논리야 있지만 그간 경험에 따르면 그냥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마음이 멀어지면 조직은 느려지고 비대해진다. 이런 저런 실험 결과 필자는 이제 예외 없이 2개 회사 혹은 조직을 통합할 때 반드시 같은 건물, 같은 층을 나누도록 한다. 참고로 필자의 회사에서도 ‘방’ 없이 낮은 칸막이의 책상만 두고 인턴부터 사장까지 모여서 오손도손 일한다. (나는 수평적인 관계라고 부르고 직원들은 사장 방에서 모여 일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자고로 부대껴야 서로 이해를 하게 된다. 싸울 땐 대판 붙고, 눈물도 흘리고, 푸닥거리도 해야 감정의 정화가 이루어지고, 이런 고난 끝에 서로를 진솔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너무 부부관계 같은가? 맞다. 자고로 사이가 너무 좋은데 10년간 별거한다는 가족은 진짜로 본적이 없다!
결국 진짜 통합하고 싶은 조직이 있으면 (물론 초반에 힘들겠지만) 반드시 물리적으로 한 곳에 몰아 넣으시라. 지난 19년간 서울 강남부터 멀게는 강원, 경남까지 두루두루 회사들을 관리해본 결과, 서울이 됐든 과천이 됐든 분당이 됐든 어느 한쪽으로 몰았을 때 신비하게도 더 비싼 동네로 이사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낮아지고, 근태가 개선되며, 원격 근무가 줄어드는 신비한 경험을 종종한다. 참고로 필자는 X세대의 대표적인 꼰대로서, 원격근무이라고 불리우는 환상 속의 유니콘을 믿지 않는다. 탈탈 털어서 좁은 건물에 우겨 놓고 매일매일 부대끼게 해라. 그렇게 해서 낙오자가 나오면 뭐 그것도 괜찮다. 그런 것들이 바로 멋있는 말로 조직 슬림화라고 부른다.
바야흐로 온쇼어링과 해외진출의 파도가 바로 등 뒤까지 밀려오고 있다. 우리가 침체되고 있는 경기에 박규를 날라고 진짜 승자가 되는 사업을 원한다면 어떻게든 M&A를 해야하고, 이 때 이질적인 조직의 통합은 저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이른바 경영의 중등 과정 정도로 흔해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아무리 작은 조직통합이라도 주도해보라. 그리고 살아남으라. 그리고 이를 통해 위대한 영도력을 가진 (?)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계기를 삼아라. 그게 싫다고? 뭐 그럼 답은 하나다. 누가 나를 통합할 때 숲속의 작은새처럼 삐약삐약하다가 집에 가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