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부터 일본까지…스테이블코인 법안 마련 끝났다[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4-07-13 15:00
수정 2024-07-13 15:01



1달러에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은 낮은 변동성과 높은 범용성이 무기다. 그 결과 P2P 송금, 거래소, 디파이 등 암호화폐 산업에서는 물론 은행, 국제 송금, 무역 등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토큰터미널에 따르면 월간 스테이블코인 전송량은 2020년 10월 1000억 달러에서 2024년 4월 1.69조 달러로 지난 4년간 16배 이상 증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각 국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관련 규제를 수립하고 나섰다. 이에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발표 및 시행하고 있다. 국가별 스테이블코인 규제 현황◆유럽(MiCA)
EU의 암호화폐 규제안인 MiCA(The European Union’s Markets in Crypto Assets regulation)는 2022년 3월 발표되었으며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내용이 추가돼 올해 여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보증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법정화폐와 일대일로 교환돼 발행하는 전자화폐토큰과 법정화폐, 암호화폐를 비롯한 다양한 자산을 기반으로 한 자산준거토큰이 존재한다.

수탁기관을 통한 안전한 수취자금 관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 불가, 백서를 통한 명확한 투자 정보 제공 등 전자화폐토큰과 자산준거토큰 모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요 의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발행자에 있어서는 규제 차이가 있다.

자산준거토큰의 발행자는 EU 내에 설립된 법인으로서 유럽은행감독청, 유럽중앙은행 등 관계 당국의 인가를 받은 법인으로 규제되지만 전자화폐토큰의 경우 인가받은 은행 및 전자화폐기관으로 발행자가 제한된다.

MiCA를 통해 규제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갤럭시디지털, 플로우트레이더스, 스페인 모네이 등 주요 기업들은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할 수 있다.

◆싱가포르(MAS)
싱가포르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싱가포르 달러 및 G10의 법정화폐 중 하나의 법정화폐에 페깅된 토큰으로 정의하고 있다.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는 다음 4가지의 핵심 요구사항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이는 준비자산 구성 및 보관과 관련한 가치 안전성, 최소 기본자본 및 유동자산을 유지해야 하는 자본요건, 요청 후 5영업일 이내 액면가 반환을 의미하는 액면가 환매, 그리고 가치안정화 방법 및 감사결과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공개의무로 구분된다.

MAS는 상기한 4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스테이블코인에 한해서만 ‘MAS 규제 스테이블코인’ 표시를 허용하여 규제 프레임워크 외의 스테이블코인과 구분하고 이를 허위 기재 시 벌금 및 징역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일본(PSA)

일본 금융청은 2022년 6월 자금의 송금 및 결제와 관련한 규율을 담당하는 PSA(Payment Services Act)의 3차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의 및 시스템을 마련했다. PSA에서 정의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유지 방법에 따라 법정화폐에 기반하는 디지털화폐형과 암호자산에 기반하는 암호자산형으로 구분된다.

PSA에서 규정하는 디지털화폐형 스테이블코인은 총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물품 및 서비스의 대가로서 불특정다수가 매매 가능한 재산적 가치는 1호, 1호와 상호교환 가능한 재산적 가치는 2호, 특정금전신탁수익권은 3호, 그리고 금융청 별도 지정은 4호로 관리된다.

디지털화폐형은 각 유형별로 발행자가 취득해야 하는 라이선스에 차이가 존재한다. 제1호 및 2호의 발행자는 은행업 및 자금이체업의 라이선스가 필요하지만 제3호의 경우에는 신탁업 및 특정금전신탁업 라이선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진입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뉴욕감독청(NYDFS)
뉴욕주는 미국 최초로 2022년 6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지침이 포함된 ‘가상자산 지침(Virtual Currency Guidance)’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발행자는 매 영업일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시장에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와 동일한 규모의 자산을 준비금으로 마련해야 하며 해당 준비금은 소유 자산과 분리시켜 미국 주 혹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공인한 예금기관에 예치돼야 한다.

또한 발행자는 미 단기 국채, 국공채 MMF 등 명시된 자산으로만 준비금을 운용해야 하며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매월 1회 이상 받아야 한다.

현재 USDC, PYUSD 등이 뉴욕 감독청의 지침에 따라 발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뉴욕감독청 지침을 따른다면 테더(Tether)의 USDT는 규제 환경을 준수하기 위해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국내의 경우에는 아직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규제가 없다. 스테이블코인보다는 CBDC 체계 확립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유동성 인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 불법적 외화 유출, 미성숙한 지급결제시스템 등의 잠재 위험이 존재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중앙은행의 관리하에 법정화폐로 가치를 보장하는 CBDC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더욱 적합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그리고 금융감독원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협력하여 CBDC 활용성 파일럿 프로그램에 착수하였고 올해 4분기 일반 국민 참여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과 규모가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적 규제 흐름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에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율 체계도 포함돼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추진 배경인 테라·루나 사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금세탁방지 및 이용자 자산 보호와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에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오늘날의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산업에서 사용되는 통화를 넘어 전통금융 산업에도 그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으며 각국의 다양한 정부 기관 및 기업에서는 결제시스템 혁신, 외환거래, 자본조달 등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국가들 외에도 홍콩 통화청은 지난 3월 스테이블코인 발행 샌드박스를 시행하였으며 영국의 빔 아폴라미 재무장관은 올해 3분기 내에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마련할 계획을 발표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그 내용이 명확해짐에 따라 다양한 시도가 출현하는 한편, 사업 지속이 어려워지는 프로젝트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만큼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규제 도입 현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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