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고금리를 너무 오랜 기간 유지하면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면 앞으로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경제 지표가 더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날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연례 연설에서 “정책 억제력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연 5.25~5.5%의 높은 기준금리를 너무 늦게 혹은 적게 인하할 경우 자칫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의 둔화를 우회적으로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노동시장을 냉각시키는 데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상승만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21만8000명 대비 둔화하며 2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으며 예상치인 3.9%를 웃돌았다.
파월 의장은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Fed의 금리 인하와 관련한 시장의 섣부른 기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또한 이날 의원들로부터 Fed의 은행들에 대한 규제안인 소위 ‘바젤 III 엔드게임’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파월 의장은 “일정 기간 수정된 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회 구성원들의 강력한 견해”라며 의견 수렴 기간이 60일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규제안은 지난해 Fed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금융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자본을 대형 은행 기준으로 기존보다 평균 16% 이상 인상하는 안을 담았다.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과도한 규제라며 철회 요구가 빗발치자 5% 이상 인상으로 물러선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매물 부족으로 시달리는 미국 주택시장과 관련해서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연 7%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주택 공급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여 금리가 다시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이날도 사상 최고치를 다시 찍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4.13포인트(0.07%) 오른 5,576.98,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5.55포인트(0.14%) 상승한 18,429.29에 장을 마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