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9일 2339조688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아직 사상 최고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동안 많은 기업이 새로 상장한 덕에 시장의 전체 몸집이 크게 불어난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34% 오른 2867.38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치인 2021년 7월 6일의 3300.21에 비하면 13%가량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시총은 꾸준하게 늘어나 이날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2340조원에 바짝 다가갔다.
코스피지수 회복세가 더딘데도 몸집이 커진 것은 지수 산정 방식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지수를 산출할 때 순수 가격 변동만 반영한다. 신규 상장, 유상증자 등 주식 수 변동에 따른 시총 변화는 반영하지 않는다.
이런 산정 방식이 국내 지수 오름세를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자금이 한정된 상태에서 많은 기업이 상장하다 보니 지수가 우상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규모가 큰 기업이 신규 상장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새로운 종목을 사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던 종목을 팔아치운다. 기존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가지수는 내려가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비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상장하고,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가증권시장이 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엔 충실했지만, 투자자들의 수익 증대엔 기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유가증권시장 시총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코스피지수는 35%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