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전망치가 심심치 않게 빗나가고,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나타나는 ‘도깨비 장마’가 지속되면서 날씨 예보를 둘러싼 시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보다 확실한 날씨 정보를 얻으려 기상청 예보에서 해외 기상 앱으로 갈아타는 ‘날씨 이민’ 현상이 이어질 정도다. 건설사 작업 현장과 캠핑 및 골프와 같은 레저활동에 정확한 날씨 예보가 필수로 자리 잡아서다. 예보 빗나가…"날씨앱 엑소더스"9일 앱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미국 날씨 정보 앱 아큐웨더 지난주(1~7일)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순위는 7위로 전주(12위)에서 다섯 단계 상승했다. 여전히 기상청 앱(날씨 알리미) 5위에 비해선 순위가 낮긴 하지만 장마가 본격화하며 앱을 갈아타는 현상이 확연히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아큐웨더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1962년 설립된 민간 기상 기업으로 국내에서도 약 6000곳의 날씨 정보를 세밀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장마에서 기상예보는 여러 차례 빗나갔다. 지난 8일 기상청은 경북지역 강우량을 ‘최대 100㎜’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하루만에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이번 장마 기간 대기가 지극히 불안정해 예보가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통상 장마를 낀 7월 기상 예측 정확도는 78%로, 가을철 평균 96%보다 크게 낮다. 특히 올해 장마는 서쪽에 발생한 원인불명의 저기압이 정체전선(장마전선)을 좁고 길게 만들어 예보가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비구름 떼의 국지적 차이가 크고, 정체전선이 좁다 보니 경계선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체감 강수량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입 모아 예보를 어렵게 만드는 '저기압 장마전선'이 올해 장마의 특징이라고 꼽는다. 손석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중국에서부터 북쪽으로 들어오는 원인 불명의 저기압이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더 강해지는 현상이 최근 관측되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인지는 더 연구를 진행해봐야 한다"고 밝혔다."필요한 정보만 제공"…정확성은 차이 없어상황이 이렇자 일부 다른 예측을 하는 해외 기상 정보에 대한 관심도 최근 커졌다. 이날 앱스토어 기준 무료 날씨 앱 다운로드 1위는 체코에 본사를 둔 윈디닷컴이었고, 2위는 아큐웨더, 기상청 날씨 알리미는 4위로 쳐졌다. 정확도 사용자들은 해외 기상 앱이 ‘날씨 정보 딜리버리(전달력)’가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택배기사인 이모 씨(28)는 “아큐웨더는 앱을 켜는 즉시 해당 지역에 몇분 내 비가 올지 바로 알려준다”며 “노르웨이 기상청이 운영하는 YR 앱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레저활동 전에 네이버 날씨를 애용하는 사람도 많다. 네이버는 2021년부터 기상청, 아큐웨더, 웨더채널, 웨더뉴스 등 국내외 날씨 정보 제공업체 4곳의 예측정보를 표로 보여준다.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해외 날씨 앱들의 '편의성'덕분에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라는 게 IT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지시된 틀에 맞춰 개발하는 공공 앱과 달리 민간 기상 앱은 사용하며 어떤 정보가 필요할지 개발 사전에 고민해 제작된다"며 "아큐웨더의 경우에도 언제 비가 올지에 대한 정보를 정면에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015년에 운영하던 기상 앱(날씨 앱)을 접었다. 당시 19대 국회가 '민간시장 활성화 해야한다'는 취지로 민간 서비스와 유사하거나 활용도가 낮은 공공기관의 모바일 서비스 개발을 중지하도록 해서다. 그러나 기상청 날씨앱은 그때까지 550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2020년 20대 국회에서 다시 공신력 있는 기상 앱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날씨 알리미 앱을 재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해외 날씨 앱과 기상청과의 정확성 차이는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민간 앱도 마찬가지로 기상청의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이용하기 대문이다. 이현호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상청은 물론 외국 기상청 민간 앱도 전 세계 기상 위성 등이 제공하는 각종 정보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수치 모델을 돌려 예보한다”며 “과학적으로 누가 더 뛰어나다고 비교하긴 어렵다”고 했다.
손 교수는 "각 날씨 앱 운영 회사들의 기상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결론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기상청 예보관들은 그 누구보다도 전 세계에서 한반도 기후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라고 평가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