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블록 쌓듯 '뚝딱'…LH 모듈러주택 혁신

입력 2024-07-09 17:46
수정 2024-07-10 01:24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세종시 산울동에 짓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현장(사진)에 지난 4일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23t 무게의 집 한 채가 공중에 떴다. 대형 무게추를 단 600t짜리 크레인은 10분 만에 들어 올린 집을 건물 위에 올렸다. 여기에 준비된 배관과 전선만 연결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집 한 채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지상 7층, 416가구로 조성 중인 이 단지는 모듈러 공법이 적용됐다. 기존 콘크리트와 철근을 사용해 건물 아랫부분을 완성한 뒤 그 위에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집을 블록 쌓듯 올리는 것이다.

LH는 이날 ‘스마트건설 추진계획’ 설명회를 열고 “모듈러 주택 시장 확대와 대량 생산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에선 이 현장뿐 아니라 지상 12층, 450가구 규모의 통합 공공임대 주택 등도 모듈러 공법으로 짓고 있다.

국내 최고 높이 모듈러 주택도 LH가 공급한다. LH는 경기 의왕 초평지구에 지상 20층, 381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 최고 높이는 지상 13층인데, 기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높이다.

모듈러 공법은 건설의 탈현장화가 핵심이다. 외벽체와 창호, 배관 등을 포함한 개별 주거 공간을 공장에서 박스 형태로 공장에서 제작하는 것이다. 현장에선 만들어진 주택을 조립만 하면 된다. 30년만 지나도 재건축해야 하는 기존 주택과 달리 모듈러 주택은 주기마다 부품 교체로 수명이 100년까지 늘어난다. 모듈러 건설 방식이 활성화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량 생산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공사비가 기존 방식보다 30% 정도 더 드는 게 단점이다.

LH는 지난달 스마트모듈러포럼, 한국철강협회, LG전자, 모듈러 제조기업 네 곳과 기술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어 연내 모듈러 표준 설계를 개발해 대량 생산체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탈현장 건설공법을 표준화하고, 관련 업계와 협업해 우수 기술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 건설 기반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