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의 비만약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에 판정승을 거뒀다. 미국에서 이 약을 실제 투여한 환자 대상 연구에서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면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트루베타 연구진은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들 약물을 투여받은 미국 비만 환자 4만1222명의 체중 감량 효과를 분석해 미국 내과 분야 의사협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젭바운드 투여 환자(9193명)와 위고비 투여 환자(3만2029명)의 체중 감량 상황을 3개월, 6개월, 12개월 차에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체중 감량률에 따라 5% 이상, 10% 이상, 15% 이상 그룹이 얼마나 되는지를 각각 조사했다.
그 결과 약물 투여 1년 뒤 젭바운드 투여환자들은 체중이 15.3% 줄었지만 위고비 투여군은 8.3% 줄었다. 투여 3개월 후 분석에선 젭바운드 투여 환자는 5.9%, 위고비 투여군은 3.6% 체중이 줄었다. 6개월 차에선 감량률이 젭바운드 10.1%, 위고비 5.8% 였다. 젭바운드의 감량 효과가 더 높았다는 의미다.
5%, 10%, 15% 감량군을 비교했더니 1년 뒤 젭바운드 투여군은 81.8%가 5% 이상 체중이 줄었다. 위고비는 이 비율이 66.5% 였다.
10% 이상 감량한 비율은 젭바운드 62.1%, 위고비 37.1%였다. 젭바운드 투여 환자의 42.3%는 1년 뒤 체중이 15% 이상 줄었다. 위고비는 15% 이상 줄어든 환자가 18.1%였다. 감량률 면에서도 젭바운드가 더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평균 체중은 110kg이었다. 평균 연령은 52세, 여성이 70.5%로 많이 포함됐다. 젭바운드 투여 환자의 55.9%, 위고비 투여 환자의 52.5%는 중간에 투여를 중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장관계 부작용을 호소할 비율은 두 그룹이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에게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현지에선 이런 체중 감량 격차가 장기적으로 두 제품의 판매량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1분기 젭바운드(당뇨약 마운자로 포함) 매출은 23억달러로, 위고비(당뇨약 오젬픽 포함) 54억달러보다 낮다.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늦게 출시됐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는 후발주자인 젭바운드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당뇨병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젭바운드와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를 비교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임상 시험은 올해 11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