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는 상속개시 후 인지 등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해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에 관한 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한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도록 한 민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생부가 혼인 외에 낳은 자녀 A가 생부 사망 후 인지라는 절차를 통해 공동상속인이 된 경우, 다른 상속인들이 이미 상속재산을 나눠 가진 이후라면 다른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본인의 상속분 상당의 가액을 지급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러한 가액지급청구권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재산분할 후 10년이 지나면 인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위헌 결정으로 앞으로는 10년이 넘은 가액지급청구도 가능하게 됐다. ○혼외자가 공동상속인으로 추가됐다면가족관계에서 혼인한 부부 사이에 태어나는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친자녀로 인정된다. 그런데 부모의 혼인이 무효가 되거나, 사실혼 또는 미혼모의 자녀 등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생부 또는 생모가 혼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를 출생하게 되면 이 자녀를 혼인 외의 출생자라고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혼외자와 생모 사이에는 그 자녀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긴다. 그러나 법률상 생부와 혼외자 사이에는 그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법률상 친자녀로 인정되지는 않고,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인지라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생부와 혼외자의 관계를 전제로 살펴보면, 인지란 혼인 외 출생자의 생부가 그 출생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정해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발생시키는 의사표시다. 생부가 인지를 하게 되면 출생 시부터 소급해서 친자로 인정된다. 만약 생부가 생전에 또는 유언으로 혼외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정해 인지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그 혼외자 또는 법정대리인 등은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생부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혼외자가 생부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이후 인지청구를 통해 공동상속인으로 추가된 경우, 기존의 공동상속인과 같이 공동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분할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공동상속인이 된 혼외자가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하더라도 다른 공동상속인 간의 상속재산분할이 이미 완료된 이후라면, 혼외자는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이미 처분한 상속분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가액지급청구권 소멸시점 유의해야다만 이러한 가액지급청구권은 무한정 인정되지 않고 일정 기간 인정되는 권리다. 기존의 민법에선 이러한 가액지급청구권은 공동상속인이 본인의 상속분을 침해한 것을 구제하는 권리로 봐,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또는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고 규정했다.
이때 ‘침해를 안 날’은 인지판결이 확정된 날을 의미하고, ‘침해행위가 있은 날’은 상속재산의 분할 등 처분일을 의미한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 중 인지를 한 혼외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이 침해행위가 있은 날, 즉 상속재산의 분할 또는 처분을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한다는 내용만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해 혼외자가 생부 사망 이후 인지청구를 해 공동상속인이 된 시점에 이미 다른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처분한 경우라면, 혼외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의 제척기간이 경과했는지 여부는 그의 몫인 상속분 가액의 지급 청구가 인지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년이 지난 경우에 해당하는지만을 확인하면 된다.
곽종규 KB증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