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나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공식 개·폐회식 단복이 공개된 가운데, 한국 선수단복을 제작한 무신사 스탠다드에 대한 패션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단복은 대기업 패션 전문 회사들의 전유물로 통했지만 최근 이 분위기를 무신사가 바꿨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이 된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태극마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는 26일(현지시간)부터 8월 11일까지 열릴 ‘제33회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단복을 9일 공개했다. 이는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나라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개·폐회식에서 선수단이 착용하는 공식 단복이다.
이번 단복은 젊음과 진취적 기상을 상징하고 한국 고유의 청화 백자를 떠오르게 하는 벽청(碧靑)색의 ‘벨티드 수트 셋업’으로 구성됐다. 여름용 울 소재로 만든 블레이저 내부에는 청화 백자의 도안을 새겨넣어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도 담았다. 특히 전통 관복에서 착용하는 각대를 형상화한 벨트로 포인트를 주어 포멀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단복을 완성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앞서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 2개 대회에서 공식 개·폐회식 단복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안게임 때에는 기존의 정례화된 수트 셋업 형식을 벗어나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화이트 데님 셋업을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가 1년만인 올해는 또 다시 캐주얼 스타일과는 상반된 포멀한 벨티드 수트 셋업을 공개한 것인데 이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그만큼 충분한 자체 디자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해석된다.
그동안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에 참석하는 국가대표팀의 단체복 제작은 대형 패션 기업들이 도맡았다. 앞서 2021년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 단복과 2022년 축구 대표팀 단복을 모두 코오롱FnC 소속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가 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로 캐주얼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국가대표 선수단복을 맡게 되면서 패션 업계의 파격적인 시도와 변화에 관심이 높아졌다.
대한체육회와 무신사가 전격적으로 손을 잡게 된 배경에도 양사간 시너지와 기대효과가 분명했기 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대한체육회의 경우 국제스포츠 대회에 나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연령이 10~30대로 비교적 젊다는 점을 감안해 실제 선수단이 좋아할 만한 단복을 공급하고 싶은 니즈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의 경우 자체 브랜드(PB)로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점차 성장하고 오프라인으로 확장함에 따라 경쟁력을 가진 독립적인 캐주얼 패션 브랜드라는 점을 대내외에 각인시키고 싶었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무신사 관계자는 “국가대표팀 단복을 2회 연속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들에게 무신사 스탠다드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