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이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수도권 4000세대 아파트에 자리 잡은, 잘나가는 커피 프렌차이즈 매장 사장님이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보디 프로필 도전을 위해 닭가슴살을 갈아 먹다가 귀찮은 마음에 '시중에 이런 제품이 왜 없을까' 생각했던 게 시작이었다. 닭가슴살에 카페에 남는 재료를 섞어 갈아 마시며 호기심에 시작한 제품 개발이 어느새 부업을 넘어 전업이 됐다. 카페를 처분하고 닭주스 등 짐 푸드(GYM FOOD)를 만들고 있는 서비푸드의 김인섭 대표의 이야기다.
서비푸드는 김 대표의 세 번째 직장이다. KT&G상상마당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평범한 다른 직장인들과 비슷하게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왔고, 우연한 기회에 목이 좋은 자리를 발견해 메가커피를 운영하게 됐다. 김 대표는 "아파트 대단지 안에 문을 열었는데, 제가 입점하고 나서도 인근에 커피 전문점이 8개가 더 생겼다"며 "그래도 매출이 전혀 줄지 않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비푸드 제품이 잘 팔리고, 매출도 상승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스타트업 특성상 자금 순환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작년까지만해도 '아, 카페나 계속할 걸' 후회가 될 때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다. 이 일이 너무 재밌다"면서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카페를 운영하다 10kg이 빠졌어요. 밥도 못 먹고 매장만 봤거든요. 체력이 떨어지는 거 같아 근처 헬스장에 가서 PT를 등록했어요. 그렇게 운동에 재미를 붙이던 중 담당 트레이너가 바디프로필을 제안했고, 멋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 식단 관리에 들어갔어요.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는데, 씹어서 삼키는 게 좋아서 보충제보다는 닭가슴살이나 계란을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매번 닭가슴살을 해 먹기가 힘들어서 찾아보니 재료를 갈아서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따라서 해봤는데 너무 맛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매장에 있는 초콜릿도 넣어보고, 별걸 다 넣어봤는데 못 먹겠더라고요. '시중엔 없나' 찾아봤는데, 유통기한도 짧고 냉장 보관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생각하게 된 거죠."
김 대표가 '출시'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닭주스를 연구,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21년 10월이었다. 그때부터 "커피를 팔아서 번 돈을 쏟아부었다"고. 처음에는 집에서 재료를 배합해 갈아보는 수준이었다면, 이후 연구소에 시험 성적을 의뢰하고, 제조 공장 미팅까지 일을 키워갔다. 김 대표는 "점점 규모가 커지니 법인까지 따로 내게 됐다"며 "2022년 여름에 드디어 영양 성분과 질감이 맞춰진 제품을 만들게 됐다"고 그때의 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시험 단계에서는 완벽했던 제품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시작하자 떡처럼 굳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김 대표는 "소비기한을 늘리기 위해 레토르트 멸균 공법을 썼는데, 이때 열을 가하니 미세한 닭가슴살 분말이 익어 굳는 거였다"며 "1번 실패할 때마다 4000만원씩 손실이 나는데 '아, 안되는구나' 싶었다"고 좌절의 시간을 전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실에서는 성공작이 나와서 이미 출시 일정에 맞춰 마케팅도 시작했고, 제품 이미지나 패키지 발주도 된 상태였어요. 이미 다른 계획들이 진행되는 와중에 공장에서는 계속 실패작이 나오니, 피가 마르더라고요. 그때 공장에 달려가서 '왜 실패했나' 제품을 손이 비벼보고 그랬다니까요. 그러다 적합한 온습도 비율을 찾았어요. 4번의 실패 끝에 얻은 결과였죠."
세상에 나온 닭주스는 '헬스인'이라고 불리는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유튜브 채널 '짐종국'에서 세븐틴 민규의 가방에서 닭주스가 나오고, 이를 본 김종국이 "나도 이거 안다"고 말했을 정도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배성재가 다이어트를 한다며 라디오 방송 중 먹던 것도 서비푸드의 닭주스였다. 이런 제품 노출에 대해 김 대표는 "PPL도 아니고, 그런 걸 진행할 자금도 지금은 없다"고 웃으며 "그렇게 우리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닭주스를 만들면서 매장도 정리하며 난관을 헤쳐 나갔다. 그 사이 닭고기 분말과 메밀 추출물을 혼합해 미숫가루 맛이 나는 닭숫가루와 건강보조식품 등 신제품도 선보이며 사업도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닭주스를 하면서 카페를 하며 모은 돈을 다 썼다"면서도 "요즘 제품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매출에서 정기 배송이 60% 정도"라며 "지난해 기준 매출이 11억원인데, 올해엔 상반기에만 대략 10억원 정도가 될 거 같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이 시장 자체가 인플루언서에 의해 많이 움직이는데,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금액을 요구하기도 하기에 저희는 그런 홍보보다는 그보다는 비인기 종목인 보디빌딩, 라크로스 리그 등에 협찬 후원을 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닭가슴살을 활용하는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대학 연구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연구도 진행 중"이라면서 서비푸드만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자체 공장도 필요하고, 원천기술도 필요하겠더라고요. 연구 결과가 나오면 공정이 줄어들 거 같아요. 수출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용이해지고요. 이렇게 새로운 판로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아직은 다 너무 재밌고, 좋아요. 앞으로 사업이 더욱 번창해서 지금 고생하는 4명의 직원과 작은 마당이 있는 사옥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