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해상풍력연합(GOWA)에 합류하기로 결정하고 연내 가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국 영국 등 서방 20개국이 가입한 GOWA의 삼고초려에 가까운 ‘러브콜’에 따른 것이다. 중국을 대체할 한국의 해상풍력 파운드리(수탁생산)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산업을 탄소중립 시대의 새 먹거리로 키우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풍력발전은 태양광발전과 함께 탄소제로 이행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예정된 세계 해상풍력발전 설치 용량만 248GW에 달한다. 통상 1GW는 원전 한 기 설비 용량 수준이다. 6년 내 5㎿짜리 터빈이 달린 풍력발전기 5만 개가량을 전 세계 바다에 설치한다는 의미다. 이 시장은 저가를 앞세운 중국의 독무대다. 풍력 터빈을 비롯해 하부 구조물, 타워 등 각종 기자재를 합치면 중국 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게다가 해상풍력발전소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해저케이블을 바다 밑에 깔려면 군사시설과 통신망 등을 고스란히 노출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후판부터 터빈까지 주요 기자재 제작뿐 아니라 전용 선박까지 해상풍력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밸류체인(공급망)을 모두 갖춘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탈중국을 꾀하는 GOWA가 한국을 생산 거점으로 낙점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설계를 맡고 핵심 제작은 한국이 담당하는 글로벌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이런 상황에 국내 시장이 각종 규제와 민원에 발목 잡혀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내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하려면 사업자가 최대 10개 부처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걸리는 기간만 평균 6년 안팎이라고 한다. 안방에서 경험을 쌓지 못한 나라가 수출 경쟁력을 갖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상풍력발전 입지를 확보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이 지난 21대에 이어 이번 22대 국회에도 발의됐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된 상태다. 국산 부품 사용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프로젝트 입찰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미래 먹거리를 키울 법안만큼은 제때 처리하는 게 국회의 기본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