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종주국’ 프랑스의 심장 파리에서 한국 대표팀이 ‘금빛 찌르기’에 나선다.
펜싱은 2000년대 이후 빠르게 효자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상기의 남자 에페 동메달, 김영호의 남자 플뢰레 금메달을 시작으로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8개를 따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여자 에페 단체전이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남자 사브르는 ‘간판’ 오상욱(27), 구본길(35)과 신예 박상원(24), 도경동(25)이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메달까지 정조준한다. 192㎝ 장신에 수려한 외모, 긴 팔다리로 서양 선수 못지않은 체격을 갖춘 그는 스피드와 순발력도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도쿄대회에서 개인전 메달을 노렸지만 대회 전 코로나19에 걸리며 8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단체전에서 마지막 점수를 책임지며 한국의 금메달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오상욱은 이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구본길의 4연패를 결승에서 저지하며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했다. 올초 손목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달 말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체전 모두 우승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올해는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 올림픽 동메달의 벽을 깰 적기다. 도쿄올림픽을 거치면서 한층 성숙해진 데다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자신감까지 최고치로 끌어올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한 오상욱이 이번 올림픽 개인전까지 우승한다면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한국 남자 사브르의 ‘새 역사’도 된다.
남자 사브르는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펜싱의 간판 종목이지만, 개인전에서는 아직 결승 진출자도 내지 못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도쿄올림픽에서 김정환이 딴 동메달이 현재까지 개인전 최고 성적이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송세라(31), 이혜인(29), 강영미(39), 최인정(34)이, 2회 연속 단체전 입상을 노리는 여자 사브르는 윤지수(31)와 전하영(23), 최세빈(24), 전은혜(37)가 팀을 이뤘다.
경기는 현지시간 7월 27일 남자 사브르, 여자 에페를 시작으로 29일까지 개인전이 열리며,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종목별 단체전이 이어진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