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으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런 역풍을 뚫고 중국에서 메가 브랜드로 성장한 K패션 브랜드가 있다. 코오롱스포츠, 이랜드, F&F다. 현지 업체와 협업해 시장을 파고들면서 제품을 고급화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급증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국내와 비슷한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는 상반기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 현지 최대 스포츠 기업인 안타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에 진출했다. 궈차오와 중국 소비 침체 등 악재 속에서도 코오롱스포츠가 선전한 핵심 경쟁력은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파트너사인 안타그룹과의 협업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높은 상품력과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에 힘입어 중국 내에서 ‘하이엔드 아웃도어’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도 부침을 겪긴 했지만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으로 꼽힌다. 한때 중국 매출이 2조원에 달한 이랜드월드는 한한령과 코로나19를 거치며 매출이 반토막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묵묵히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이랜드는 지난해엔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를 한·중 패션총괄대표로 선임한 뒤 한국과 중국의 패션 사업 부문을 완전히 통합했다. 이후 한국의 성공 사례를 중국에 그대로 이식하며 브랜드를 고급화했다. 디자인부터 발주·생산·판매까지 단 이틀 만에 끝내도록 하는 ‘2일 생산’ 시스템을 중국에도 도입해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재고를 최소화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과거 최대 수준에 육박한다.
F&F가 운영하는 라이선스 브랜드 MLB의 중국 내 인기도 식지 않고 있다. MLB의 중국 매출은 2022년 1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진출 3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올해는 2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MLB의 성공 비결도 고급화다. 한국보다 가격을 약 30% 높게 책정하고 ‘노(no) 세일’ 정책을 고수하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전설리/양지윤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