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 먼로 딸의 폭로…"어머니가 성적 학대 방관"

입력 2024-07-09 07:31
수정 2024-07-09 14:44

지난 5월 타계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가 친딸의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 딸이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이를 모른 척하며 부부 생활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폭로자는 먼로가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안드레아 로빈 스키너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캐나다 언론인 ‘토론토 스타’에 “제 이야기가 사람들이 어머니에 대해 하는 얘기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며 어머니의 치부를 밝혔다.

친아버지와 살던 스키너는 아홉 살이던 1976년 여름,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던 친어머니 먼로의 집을 방문했다. 어느날 밤 먼로와 같이 살던 의붓아버지 제럴드 프렘린은 스키너가 자고 있던 침대로 올라와 추행했다. 스키너는 이를 “성적으로 폭행했다(sexually assaulted)”고 표현했다.

스키너는 원래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새어머니에게 말했지만, 아버지는 먼로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그 후 몇 년 동안 스키너는 프렘림과 몇 번 더 만났다. 둘이 차를 타고 할 때 프렘린은 먼로의 성적 욕망을 묘사하거나, 동네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어린 소녀들에 대해 얘기했다.

프렘린은 스키너가 10대가 되면서 관심을 잃었다. 하지만 스키너는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았다. 폭식증, 불면증, 편두통에 시달렸다. “25세가 되자 너무 아프고 공허해서 제대로 생활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편 먼로의 명성은 점점 더 높아졌다. 한 단편소설에서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후 자살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다.

스키너는 25세 때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 모든 사실을 말했다. 먼로는 스키너를 가엾게 여기기는커녕 스키너가 마치 불륜을 저지른 것처럼 반응했다고 한다.

프렘린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성적 학대를 인정했지만, 원인을 스키너에게 돌렸다. 아홉 살인 때의 스키너를 ‘가정 파괴자’라 부르며 스키너가 먼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고 했다.

먼로는 이 일을 모른 척하며 2013년 프렘린이 사망할 때까지 부부 생활을 이어갔다. 먼로는 “너무 늦었다”며 “나는 프렘린을 너무 사랑해서 그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먼로가 프렘린을 “용감한 인물”이라고 묘사한 잡지 인터뷰를 보고 스키너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

2005년 프렘린은 온타리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고령인 나이를 고려해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스키너는 “어머니의 명성 때문에 침묵이 계속됐다”고 토론토 스타에 썼다. 스키너는 현재 명상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머니와는 끝까지 화해하지 못했다.

먼로는 지난 5월 9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렸다. 스웨덴 한림원은 2013년 그에게 캐나다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장편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단편소설을 가장 완벽하게 예술의 형태로 갈고 닦았다”고 했다. 부커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1972년 첫 남편과 이혼한 뒤 1976년 지리학자 프렘린과 재혼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