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vs 20대' 교통사고 조사해보니…'깜짝 결과' [이슈+]

입력 2024-07-08 20:44
수정 2024-07-08 21:06

지난 10여년간 20대와 60대 이상이 낸 대형 교통 사고 건수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명률은 오히려 20대 이하가 60대 이상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시청역 역주행에 이어 국립중앙의료원 돌진 택시 등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고령자 운전면허 강화에 대한 논의가 뜨거우나, 고령층이나 특정 직업을 겨냥한 것을 넘어서서 전반적인 '물면허'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자 연령대 높을수록 교통 사고↑8일 경찰청과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의 2015~2022년 집계에 따르면 제1당사자(과실이 많은 사람, 가해 운전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전체 교통사고 발생 사고 수, 사망자 수,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과 교통사고 및 사망자 발생 간 관련성이 드러난 셈이다.

이 기간 제1당사자 연령대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20대 미만 4만7530건 ▲20대 22만170건 ▲30대 26만6957건 ▲40대 32만9897건 ▲50대 41만8517건 ▲60대 이상 41만4512건 등으로 나타났다.

1건의 교통사고로 사망자 수 3명 이상 또는 부상자 수 20명 이상 사고를 가리키는 대형사고 건수도 ▲20대 미만 10건 ▲20대 45건 ▲30대 40건 ▲40대 82건▲50대 105건 ▲60대 이상 106건으로 대체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교통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도 ▲20대 미만 1.4% ▲20대 1.49% ▲30대 1.44% ▲40대 1.53% ▲50대 1.64% ▲60대 이상 2.23%로 과실이 높은 운전자가 고령일수록 치명률이 높은 관련성을 보였다.

최근 잇따른 '급발진' 주장 사고로 인해 일각에서는 "왜 급발진 사고는 다 고령자에게서만 두드러지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고령층 운전면허 기준 강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7일 급발진을 주장하는 70대 택시 기사에 의해 이촌동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50대 정모 씨도 한경닷컴에 "고령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선 확실한 규명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한문철TV 등 과거 유튜브 영상에는 최근 논란이 된 시청역 가해 운전자 차량과 같은 모델인 제네시스 G80 구형 차량이 과거에도 유사한 급발진 의심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60대 이상 고령자가 운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하지만 승용차·화물차 사건 보면 U자그러나 승용차와 화물차 사고를 따로 분류해보면 조금 다른 양상이 나온다. 사고 건수로는 승용차 교통사고에서도 연령대와 전체 사고 건수 간 관련성이 어느 정도 발견되지만, 대형 사고 건수나 치사율은 젊은 층이 고령층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령 운전자뿐 아니라 초보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승용차 교통사고에서 대형 사고의 제1당사자는 ▲20대 미만 8건 ▲20대 36건 ▲30대 20건 ▲40대 19건 ▲50대 26건 ▲60대 이상 36건으로 U자형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명률도 ▲20대 미만 1.79% ▲20대 1.35% ▲30대 1.2% ▲40대 1.13% ▲50대 1.14% 60대 이상 1.3%로 나타났다. 연대별로 확인해도 이러한 U자형 패턴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화물차 중대사고(운수종사자에 의한 1건의 교통사고로, 화물운송업은 1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중상자가 발생한 사고) 건수를 보면 ▲20대 미만 11건 ▲20대 634건 ▲30대 2107건 ▲40대 4259건 ▲50대 5727건 ▲60대 이상 4218건 등이다. 치명률을 보면 ▲20대 미만 3.68% ▲20대 2.19% ▲30대 2.75% ▲40대 2.97% ▲50대 3.02% ▲60대 이상 3.5%로 20대가 가장 높아 U자형 그래프를 그린 것으로 확인된다. 전반적인 '물면허'가 문제국토교통부가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 기사 자격 유지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최근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고령층이나 특정 직업에 대한 운전면허 시험뿐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인구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현재 20대 이하 제1당사자 대형 교통사고 발생이나 사상자 수가 간과할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운전면허 시험 기준을 대폭 강화했으나, 여전히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물면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운전면허 취득 난도도 낮을뿐더러 취득에 필요한 시간도 터무니없이 적다. 호주는 운전면허 취득에 2년가량, 독일은 3년까지 걸리며 일본이나 중국도 60시간 남짓의 의무 교육받아야 한다. 반면 한국의 운전면허 의무 교육 시간은 13시간에 그친다.

김태완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중국에서 원정 면허 관광을 올 정도로 한국의 운전면허 취득 체계가 허술하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는데 아직 아무 변화가 없다"며 "고령 운전자에 대한 시험과 교육 강화와 더불어 면허 취득 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는 "운전할 때 신체적 능력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령자는 더 객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며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운전 연수 시간을 늘리는 등 편법으로 면허를 취득하는 사례도 많으므로 면허시험에 대한 관리 감독체계까지 보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현보/김영리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