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피스 빌딩 매물 ‘최대어’로 꼽히는 ‘더 에셋’(옛 삼성물산 서초사옥·사진) 인수전이 국내외 자산운용사 5파전으로 좁혀졌다. 운용사들의 인수 경쟁이 격화될 조짐인 만큼 ‘몸값’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더 에셋 매도인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이지스자산운용,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벤탈그린오크(BGO) 등 국내외 부동산·대체투자 운용사 5곳을 선정해 통보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조만간 개별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달 말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더 에셋의 매각 자문사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와 세빌스코리아다.
KKR과 BGO 등 해외 투자자 2곳이 숏리스트에 입성한 것이 눈길을 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BGO는 삼일빌딩, 판교 테크노밸리 오피스 GB1·2 빌딩, 부산신항 물류센터 개발 등에 투자한 바 있다. 김희수 대표가 BGO 한국 법인을 이끌고 있다. BGO와 함께 숏리스트에 들어간 KKR은 센터필드, 남산스퀘어, 더케이트윈타워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남산그린빌딩을 매입하는 등 고금리에 접어든 시기에도 활발하게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대체투자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블라인드 펀드와 상장 리츠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펀드는 교직원공제회에서 약정 받은 5000억원 규모의 펀드다. 상장 리츠는 이지스밸류리츠가 거론되고 있다. 이지스밸류리츠는 태평로 빌딩, 이수화학 반포사옥, 트윈트리타워 등에 투자하고 있다. 본 입찰에는 이들 운용사와 함께 8곳이 참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교보AIM자산운용 등 3곳은 고배를 마셨다. 블랙스톤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에셋 인수전은 다수의 운용사들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숏리스트에 들어간 이 운용사들은 평(3.3㎡)당 4300만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금액으로 모두 1조원을 넘는 금액을 써낸 셈이다. 더 에셋 타워는 강남업무권역(GBD) 랜드마크로 꼽히는 빌딩이다. 지하 7층~지상 32층, 연면적 8만1117㎡(약 2만4538평) 규모에 달했다. 서초동 삼성타운 A~C동 가운데 B동에 해당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코크렙43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코크렙 43호 리츠)’을 통해 더 에셋을 운용 중이다. 2018년 7484억원에 이 자산을 매입해 약 6년여 만에 자금 회수에 나섰다.
이 빌딩은 한 때 삼성물산 서초사옥으로 불렸다. 하지만 코람코가 2021년 삼성 그룹사 외에 새로운 임차인의 입주를 받기 위해 더 에셋으로 이름을 바꿨다. 삼성 사옥이란 이미지를 떼고 새로운 독자자산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도였다.
삼성화재의 거취는 더 에셋 매각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 빌딩은 삼성화재가 본사로 쓰고 있으며 여러 정보기술(IT) 업체가 입주해 있다. 삼성화재는 2026년이 되면 재개발이 마무리되는 서소문 빌딩으로 사옥 이전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더 에셋을 사옥으로 쓰려는 전략적투자자(SI)들이 삼성화재가 빠져나간 임차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서소문 빌딩의 완공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화재가 더 에셋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단 기류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SI들이 쉽게 더 에셋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는 요소로 꼽힌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