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들이 줄줄이 퇴사하면서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실이 축소 운영에 돌입한다. 이런 가운데 이들이 병원을 떠난 이유 중 하나로 최근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에 관한 비난 여론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 강원도에 따르면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이날부터 7월 한 달 동안 제한 운영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 중 8~10일, 14일, 22~24일까지 총 7일간은 아예 응급실이 운영되지 않는다. 의료원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지난 1일 자로 퇴사하면서다. 의료진 공백이 발생하면서 의료원과 강원도는 비상이 걸렸다.
앞서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지난해 초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퇴사해, 두 달여간 축소 운영을 한 바 있다. 이후 의료원은 국내 의료원 최고 수준인 연봉 4억 원을 제시하고, 응시 자격을 넓혀 전공의 수료자 등으로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최소 운영 인력을 맞춰 놨으나, 1년여 만에 또 인력난이 발생한 것이다.
퇴사한 이들 의료진 2명은 퇴사 이유로 '개인 사유'와 '건강 악화'를 사직서에 적었다. 하지만 퇴사한 의사 2명 중 1명이 최근 육군 12사단에서 얼차려를 받다 숨진 훈련병을 응급처치한 의사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병원을 퇴사한 응급의학과 소속 의사 A씨는 지난 5월 23일 육군 12사단에서 군기 훈련을 받다 쓰러져 속초의료원 응급실로 실려 온 훈련병의 피검사와 CT 검사 등을 한 뒤 훈련병의 병명을 횡문근흉해증으로 진단했다. 응급처치를 진행한 그는 훈련병이 더 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아야 한다고 판단,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훈련병은 이틀 뒤인 25일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다. 이 사건 이후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 A씨는 비난 여론에 괴로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해당 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의료진에 대한 비난에 분통을 터트린 것으로 전해진다. A씨와 함께 근무하다 함께 사직서를 낸 의사 B씨는 사건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찰이)속초의료원 와서 조사하고 CCTV까지 따갔는데, 정작 가해자는 조사 1번이 없다"며 "다 의사 때문이냐, 군 장교는 잘못 없다는 건가"라고 적었다.
해당 사건과 관계없이 의료원은 올 1월부터 의료진 채용을 위한 공고를 10차례 진행했으나 충원에 거듭 실패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울러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료계 집단행동의 여파로 의료진 채용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속초의료원은 내부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응급실 미운영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강원도는 의료원 응급실의 응급환자 진료 점검과 업무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119 이송 시 경증과 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지역 병의원에서 적극 수용해 줄 것을 설득하기로 했다.
이경희 도 복지보건국장은 "속초의료원 홈페이지와 병원에 축소 운영 안내를 게시하고 전화 안내 등 홍보를 강화해 주민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중증 환자 발생 시 강릉아산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