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80억달러 이상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의 이 같은 해외 투자 열풍은 단기적으로 환율을 일정 정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총 21억1300만달러어치 순매수 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확산한 2022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들은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미국 주식을 총 80억120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개인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금액(잔액 기준)은 같은 시점 912억3000만달러로 9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개인투자자의 올해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22년의 120억530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해외 투자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증권 투자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잔액 기준)은 2019년 말 7.3%에서 작년 말 20%로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속에 미국 주식을 사려는 개인투자자의 달러 수요가 보태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 속에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개인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올해 원·달러 환율에도 일정한 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개인들이 확보한 해외 자산은 앞으로 위기가 왔을 때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83원30전(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작년 말(1288원)보다 95원30전(7.4%) 올랐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