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을 사들이는 영끌·빚투 열풍이 3년 만에 재연될 조짐이다. 4개월 연속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대출이 레버리지(차입) 투자 열풍을 잘 보여준다. 올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던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4월부터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월별 증가액은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으로 고공비행 중이다. 부동산 영끌 바람이 불었던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약 3년 만의 최대 규모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달 들어 더 뚜렷해져 하루 5000억원 안팎을 오르내린다. 아파트값 오름세가 분명해지면서 매수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 진단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월 2400건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3~5월 4000건대로 올라섰다. 아직 집계가 안 끝났지만 6월 거래량은 6000건 선으로 뜀박질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의 한 달 아파트 매매건수 역시 1만186건(5월)으로 2년9개월 만의 최대다.
올 들어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빚투 수요도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뒤 갚지 않은 신용융자 잔액은 올 들어 2조6000억원 급증했다. 신용융자 대상이 아닌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마이너스통장 한도 증액도 직장인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이달 들어선 감소세를 이어가던 5대 은행 신용대출마저 상승 반전했다. 공모주 청약 등 주식투자용 빚투 성격이 크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3년 만의 영끌·빚투 조짐은 부양과 안정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정부 정책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7월 시행 예정이던 대출규제 강화(스트레스 DSR 2단계)를 갑작스레 두 달 연기한 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영끌·빚투는 회복기에 접어든 경제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잠재 리스크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와 한국 통화당국의 선제 금리 인하 조치가 가세하면 자칫 ‘부채의 악순환’으로 비화한다. 팽배한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를 자극하지 않는 신중한 가계부채 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