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혼탁하다. 한동훈 후보가 지난 총선 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과’ 문자를 무시했다는 이른바 ‘읽씹’(읽고 무시) 논란을 둘러싼 난타전이 끝이 없다.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김 여사가 사과할 기회를 날렸다며 해당 행위라고 비판하고, 한 후보는 의혹 제기 자체가 노골적 전당대회 개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급기야 어제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의 한 후보 사퇴 촉구 연판장 논란까지 겹치며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누구의 말이 타당한지를 떠나 총선에 참패했다면 뼈를 깎는 성찰을 바탕으로 당 재건 방안을 내놓고 치열하게 겨루는 게 정상인데 패배 책임론을 두고 헐뜯기에 나서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표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후보들은 정부의 해외 직구 제한 추진을 두고 지루하게 싸우더니 ‘배신의 정치’ 공방으로 날을 세웠다. 창윤(創尹·윤석열 정부 공동 창업), 절윤(絶尹), 배윤(背尹), 업윤(윤 정부 업그레이드) 등 희한한 신조어를 동원한 그들만의 우물 안 개구리식 계파 싸움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금 정국 상황을 보면 집권 여당 대표 후보들이 물고 물리는 퇴행적 경쟁에 매몰돼 당력을 소모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거대 야당은 대표 방탄을 위한 검사 탄핵 추진뿐만 아니라 대통령 탄핵 군불까지 때고 있고, 입법 폭주를 일삼으며 정국을 휘젓고 있는데도 여당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여당 대표가 되려 한다면 이런 대(對)거야 방안,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 처리 및 보수 혁신 로드맵 등을 내놓고 경쟁하는 게 마땅하다. 당권 경쟁에서 상호 비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선을 넘으면 공멸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중대한 정치 이벤트인 여당 대표 경선이 분열 촉매제가 된다면 어떻게 난국을 극복할 수 있겠나.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은 ‘네 탓’ 함몰이 아니라 ‘왜 내가 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경쟁에 치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