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나라곳간…한은 마통 '92조' 썼다

입력 2024-07-07 18:30
수정 2024-07-08 01:33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은행에서 91조원 이상 빌려 부족한 재정을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힌 상태에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한은에 터놓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일시 대출 제도)을 통해 돈을 마련한데 따른 것이다.

7일 한은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 및 이자액’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6월까지 한은으로부터 91조6000억원을 빌렸다. 이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정부의 올해 한은 차입액은 코로나19 대유행 대응을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선 2020년 상반기(73조3000억원),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났던 작년 상반기(87조2000억원)보다 많다. 이런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1291억원으로, 이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일시 대출 형태로 한은에서 자주 빌리고 이를 통해 풀린 돈이 시중에 오래 머물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