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일찌감치 주문한 여객기의 도입 일정이 에어버스와 보잉 등 제조사 사정으로 늦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한 여행 수요를 잡지 못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에어버스와 대형기 A350 30대 도입 기한을 2031년 말로 변경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7월 A350 항공기 30대를 주문했는데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5대만 받았다. 항공기 인도 지연이 지속되자 기체 운영 계획을 조정하고 에어버스와 변경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다른 항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보잉787-10을 이달 처음 인도받는다. 기존 계획보다 3년이나 미뤄졌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2019년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 참석해 직접 보잉787-10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기 제조사의 인도 시점이 늦어지는 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너진 공급망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1월 보잉 사고 이후 미국 당국이 생산량을 제한하자 인도 지연이 더욱 심각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신형 기종 도입이 늦어지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조사가 대량 구매하는 항공사에 먼저 물량을 내주면서 LCC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취항 계획을 바꿀 순 없다”며 “일부 LCC는 타사 전세기까지 빌려 운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