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골절도 못 막았다…독해진 이가영 '눈물의 2승'

입력 2024-07-07 17:39
수정 2024-07-08 00:16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간절한 바람을 가진 세 선수가 있다. 복귀 뒤 첫 승(윤이나·21), 생애 첫 승(최예림·25) 그리고 2년 만의 통산 2승(이가영·25). 이들이 7일 롯데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라운드 연장전에서 맞붙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이가영이 웃었다. 긴 우승 가뭄을 끊어낸 그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가영은 이날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끝에 우승했다.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최예림, 윤이나와 연장전을 치른 그는 홀로 버디를 잡아내며 통산 2승에 성공했다.

토끼 같은 눈망울에 늘 침착한 이가영에게는 ‘착한 골퍼’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승부욕이 자리잡고 있다. 2022년 10월, 변형 스테이블 포드 방식으로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98경기 만에 우승한 게 그 증거다.

문제는 2승이었다. 골프계에서는 “2승을 해야 진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말이 있다. 이가영이 2승에 이르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올 시즌은 특히 혹독했다. 앞서 15개 대회에 출전해 두 번이나 커트 탈락했다.

지난달엔 떨어지는 물건을 잡으려다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4주 깁스를 해야 한다는 진단에도 스윙이 가능해 출전을 계속했다. 아직 통증이 남아 있는 상태라 올 시즌 눈에 띌 만한 성적을 거두진 못했고, 롯데오픈 전까지 15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이 세 차례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가영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첫날부터 선두권에 이름을 올린 그는 2, 3라운드에서 압도적인 플레이로 3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또다시 최종 라운드에서 흐름이 끊겼다. 앞서 사흘간 쏟아낸 버디가 최종 라운드에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이븐파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추격자들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8타나 떨어져 있던 윤이나가 9언더파 맹타를 휘두르며 선두로 올라섰고 생애 첫 승을 노리는 최예림도 6타를 줄이며 이가영을 압박했다. 한때 선두 자리까지 내줬지만 17번홀(파3) 버디에 이어 18번홀(파4)에서 파로 타수를 지켜내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서 18번홀은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골프해방구’로 운영됐다. 이가영이 치른 두 번의 18번홀 플레이 때는 싸이의 ‘챔피언’이 홀을 가득 메웠고, 사회자는 갤러리들의 함성과 박수를 유도했다. 그런 분위기와 달리 연장전에서 이가영의 눈빛은 한층 더 냉정해졌다. 두 번째 샷을 핀 1m 옆에 붙이며 세 선수 중 가장 가까운 자리에 공을 보내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윤이나, 최예림의 버디퍼트가 홀을 살짝 비껴가자 이가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버디를 잡아냈고 ‘챔피언’을 자신의 노래로 만들었다. 이가영은 “17번홀 버디 이후 저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연장에서는 떨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이나와 최예림은 다시 한번 연장에서 우승을 놓치며 다음을 기약했다. 윤이나는 2주 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최예림은 직전 대회인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각각 박현경과의 연장전에서 패배했다.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 박현경은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이다연과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