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은 5명 중 1명이 성적 이미지 유포 협박을 당하는 등 다른 국가들은 주로 남성 피해자가 많은 반면 한국만 유일하게 여성이 더 많은 성 착취 피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니콜라 헨리 호주 로열 멜버른공대(RMIT) 교수와 레베카 움바흐 구글 시니어 연구원은 이런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인간 행동과 컴퓨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호주,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멕시코,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등 10개국 1만669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4.5%는 성적 이미지 유포 협박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4.8%는 가해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호주, 멕시코, 한국은 피해 보고 비율이 높지만, 유럽은 피해 보고율이 낮았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런 부류의 성범죄가 젊은 남성을 표적으로 금전적 갈취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남성의 피해 비율이 높았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여성이 피해를 본 비율이 높았다.
한국에서는 여성 중 19.1%가 피해를 봤다고 보고해 비율이 가장 높지만,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한 남성 비율은 9.4%로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피해를 본 여성이 가해자인 비율도 높았다. 가해했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은 16.3%로, 1.1~5.3% 수준에 머무른 다른 국가들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국 여성은 피해자와 가해자 경험을 모두 겪은 비율이 15.2%로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이 발생하는 이유로 한국에서 이미지 기반 성 학대가 매우 만연한 것이 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봤다.
헨리 교수는 "유포 위협을 받으면 일부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이미지도 공유하겠다고 위협하며 똑같이 보복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가 되는 유형은 전 연인 혹은 현 연인이 가장 많았고, 남성은 동료나 간병인으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많았다.
움바흐 연구원은 "대부분 미성년자나 특정 군에 대한 연구만 있을 뿐 성인 대상 성 착취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며 "조사 결과는 성인 대상 성 착취가 흔하고 더 많은 연구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기업과 규제기관이 성범죄를 탐지,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정책과 규약을 만드는 등 공동 책임을 행사해야 한다고 짚었다.
구글도 이번 연구가 이미지 기반 성 착취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혁신에 대한 추가 투자를 뒷받침하는 데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