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공짜가 아니다. 30년 이상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와 경제학을 엮어 연구해온 미국의 경제학자 리 배짓은 그의 저서 <차별 비용>에서 “성소수자를 포용하면 정부와 기업에 실질적인 이득이 뒤따른다”고 주장한다. 배짓은 미국 예일대와 메릴랜드대,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등에서 교수로 일했다. 세계은행의 컨설턴트로 인도의 호모포비아 비용을 계산하는 모델을 개발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과 국제 LGBTI 포용성 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성소수자가 고용과 건강, 교육 등에서 겪는 차별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미군에선 성소수자를 방출하느라 1993~2010년 최대 5억달러를 지출했다. 저자는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는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고까지 주장한다. 인도는 성소수자 혐오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1%를, 케냐는 1.6%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5.7%를 손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1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랜스젠더가 출생 당시 성별에 따라서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안이 나왔을 때 노스캐롤라이나주가 10년간 37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저자는 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이 손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이들에게, 포용에 함축된 실질적인 이득을 알려줌으로써 변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