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학자가 찾아낸 한타바이러스의 새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고려대 의대가 손을 잡았다. 내년까지 사람 대상 임상용 백신 후보를 선별하는 게 목표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해 미지의 감염병 유행을 막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와 모더나는 mRNA를 이용해 새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다고 5일 발표했다. 들쥐 배설물 등으로 전파되는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출혈, 신장 손상 등을 일으키는 신증후군출혈열이 생길 수 있다. 20·30대 군인을 중심으로 매년 국내에서 300~400명이 감염되는데, 사망자는 10명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탄·서울바이러스 등 한타바이러스는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리는 고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1976년 발견했다. 1990년 백신 개발에도 성공해 GC녹십자의 ‘한타박스’가 국산 신약 1호로 상용화됐다. 다만 국내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로 제조한 불활성화 백신이어서 미국 등에서 유행하는 다른 유형을 막지 못하는 게 한계로 꼽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바이러스 감염병을 미래 유행 가능성이 있는 ‘질병 엑스(Disease X)’로 분류했다. 신규 백신 개발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고려대 의대로부터 한타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받은 모더나는 백신용 mRNA 후보를 제작해 올해 3월 고려대 의대에 전달했다. 고려대 의대는 시험관 시험을 한 뒤 지질나노입자(LNP) 등에 넣은 동물 임상용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모더나 측에 요청했다. 고려대 의대가 이를 수령하면 내년 중순까지 동물 실험을 한 뒤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려대 의대는 기존 백신보다 광범위한 유행에 효과를 내는 새 백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mRNA 기술로 질병 엑스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사람 대상 조류독감 mRNA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모더나에 1억7600만달러(약 2428억원)를 지원했다. 미국에서 사람이 H5N1형 조류독감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올해 3월 이후 텍사스, 캔자스 등에서 사람 감염 사례가 네 건 보고됐다. WHO에 따르면 2003~2024년 889명이 H5N1형 조류독감에 감염돼 463명(52%)이 숨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