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진통에…IPO 주관사 후보군 '속앓이'

입력 2024-07-05 16:44
수정 2024-07-08 13:58
이 기사는 07월 05일 16: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사피온코리아과의 합병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두 회사 주주들이 합병비율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서다. 합병작업이 휘청이면서 리벨리온 상장 주관사 후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오는 16~17일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PT에는 리벨리온과 합병을 추진하는 사피온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뒤에도 리벨리온이 IPO 전략 설계를 비롯한 경영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리벨리온은 주관사 후보들에게 사피온코리아에 대한 면밀한 분석보다는 합병이 됐을 때 시장 경쟁 구도 변화, 적정 상장 시기, 상장 시장, 상장 전략 등에 대해 요청했다.

두 회사의 재무적투자자(FI)가 이번 합병 과정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사피온코리아의 모회사 사피온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이번 합병 결정 직전까지 진행하던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정해질 합병비율을 따져본 뒤 합병법인을 대상으로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합병 법인 출범과 동시에 현금 유출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리벨리온 주주들도 합병 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의 합병 비율은 잠정적으로 2대 1 수준에서 사전 논의됐지만,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를 더 높게 매겨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사피온코리아의 기술력보단 SK그룹 계열사가 가진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피온코리아의 기술 개발 핵심이었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해 퇴직한 데 이어 합병 발표를 전후로 핵심 경영진 및 개발진이 회사를 이탈할 조짐”이라며 “기술력 우위는 상대적으로 리벨리온이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관사 후보들도 이번 PT를 앞두고 합병 비율 등 정해진 내용이 없는 만큼 고심하고 있다. 처음 제출한 입찰 제안서 내용에서 크게 변화를 주기보단 합병을 전제로 상장 전략을 세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을 진행하면서 합병이 진행되는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라며 “직접적인 예상 기업가치 숫자보다는 합병 후 시너지 및 AI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에 기반한 상장 시점 등 전략적인 부분에서 주관사 선정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