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는 '럭셔리카' 승승장구 하더니…판매량 반토막 '굴욕'

입력 2024-07-04 14:11
수정 2024-07-04 14:27
올해 들어 럭셔리카 브랜드가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1만대 클럽'에 들며 승승장구하던 포르쉐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판매량이 작년 상반기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입차 판매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럭셔리카 브랜드의 감소폭이 더 큰 모양새다.

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포르쉐는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2.8% 줄어든 3571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벤틀리는 63.5% 급감한 142대, 롤스로이스는 39.1% 감소한 95대를 판매했다. 마세라티도 30.8% 줄어든 1553대를 팔았다.

이처럼 대다수 럭셔리카 브랜드 판매량이 올해 들어 크게 꺾인 것은 지난해 판매량이 워낙 좋았던 것에서 비롯된 '역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포르쉐 전년(2022년) 대비 판매량이 26.1% 증가했었다. 페라리(12.3%)와 롤스로이스(13.9%) 등도 판매량이 늘었다.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의 부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올해 상반기 신차등록 대수는 81만974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줄었다. 고금리 등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럭셔리카 브랜드는 경기 불황 여파를 더 크게 받았다.

수입차 업계 전반이 부진하다. 수입차 1·2위를 다투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각각 8.3%, 15.2% 줄었다. 여기에 올해부터 신규·변경 등록하는 8000만원 이상 법인 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붙이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럭셔리카 수요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럭셔리카 시장' 떠오른 한국...공격적 마케팅이래저래 좋지 않은 상황 탓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럭셔리카 브랜드는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한국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분위기다. 신차 공개를 비롯해 한국 시장 맞춤형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는 등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 일렉트릭을 공개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많은 포르쉐 SUV 신형 카이엔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벤틀리는 한국만을 위한 한정판 모델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을 올해 초 공개한 바 있다. 전 세계에 단 10대만 있는 럭셔리카로,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벤틀리 사상 최초였다. 롤스로이스 역시 한국 시장만을 위한 모델로 '블랙 배지 고스트 청담 에디션'을 출시한 바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판매량보단 고급스러운 브랜드 퀄리티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마세라티는 전날 V6 엔진을 얹은 신차 '뉴 그란투리스모'와 '뉴 그란카브리오'를 국내 최초 공개했다. 또 마세라티코리아 한국 지사를 설립, 국내 시장을 겨냥해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가고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