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 읽어주는 남자] 글로벌 ‘물 분쟁’ 들여다보니 투자가 보인다

입력 2024-07-05 06:02
수정 2024-07-15 18:46


“기우제 지내는 법까지 알아야 하나요?”

필자가 속한 KB증권 ESG리서치팀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다. ESG리서치팀의 주요 업무는 투자 대상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성에 변동이 있을 때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 팀에서 다룬 주요 내용은 기후 금융(climate finance)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물에 관한 내용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20일에는 멕시코가 가뭄 때문에 미국으로 넘어가는 수로를 막으면서 ‘물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된 바 있다.

ESG 투자자 관점에서 물 분쟁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물은 생명체의 생존이나 특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기후가 변화하면서 쓸 만한 물이 점차 줄어드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해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모든 경제적 재화는 공급이 줄어드는 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

이를 포착한 투자자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에 투자하는 ETF가 그 바로미터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 물 ETF인 인베스코 수자원 ETF(Invesco Water Resources ETF)(티커명 PHO)나 퍼스트 트러스트 물 자원 ETF(First Trust Water ETF)(티커명 FIW) 가격을 보면 두 ETF 모두 연평균 18%가 상승했다. 이 펀드는 지난 한 달간 각각 2억1500만 달러, 5200만 달러의 투자금이 유입됐다.

기업을 운영하는 관점에서 물 분쟁을 들여다보면, 기업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 컨트롤이 되지 않는 것보다 나쁜 것은 없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같은 기업은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개념을 선언하기도 했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개념으로, 물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MS는 인도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 공기 중 습기를 포집해 식수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고, 구글은 인근 지역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정화해 데이터센터 냉각수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워터 포지티브를 선언한 기업의 경우 물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는 점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는 워터 포지티브 기업의 가치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신규 사업으로 물 분쟁을 활용하는 기업 관점에서 살펴보면 물 분쟁은 사용할 만한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물을 정화해 쓸 만한 등급의 물로 되돌리거나, 물이 있는 곳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재화의 수요가 뒤따라올 것이라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물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로 연결된다. 미국의 자일럼(Xylem) 같은 물 인프라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티커명 XYL)이나 일본의 '구리타공업' 등 수처리 약품을 공급하는 기업(티커명 6370) 들의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생명과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물은 0.007%에 불과하다. 물 공급이 쉽지 않은 가운데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물 분쟁을 어떻게 다룰지는 결국 100년 기업이 되거나 지속가능한 투자자가 될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기후금융: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위한 활동에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하는 것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