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사장 "1등 자만심 버려야…포트폴리오 전면 개편하며 혁신"

입력 2024-07-04 09:34
수정 2024-07-04 09:35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사진)은 4일 "'질적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1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미래를 대비할 근성과 체력을 길러야 할 뿐 아니라 자만심을 버리고 우리만의 도전과 혁신의 DNA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하반기를 맞아 구성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업과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나가며 조직 전체의 혁신을 가속해 나가야 할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현재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급격한 변화의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많이 변했고, 배터리 외 산업에서도 '최고'라 인정받던 기업들이 변화의 방향성과 속도에 맞춰 제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시 공격적 사업 확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 역량을 확보했지만, 과거 우리의 강점이었던 소재·기술·공정 혁신이 더디어졌고 구조적 원가 경쟁력도 부족해 매출 성장에도 불구,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김 사장은 "모든 것을 어려운 업황 탓으로 돌리거나 미래 성장 전망이 밝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히 미래를 낙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과거 배터리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며 자리 잡은 1등이라는 자신감이 오히려 자만심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구성원에게 '펀더멘탈(기초체력) 강화'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기존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고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낭비 요인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공격적인 수주와 사업 확장을 추진하며 인력, 설비, 구매 등 분야에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누구보다 먼저 시장을 개척하며 생긴 일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되며 실패 경험을 자산화하고, 축적된 운영 역량과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투자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라며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민첩성(Agility)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조직별로 투자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깊게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르노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 이룬 고무적인 성과이며 이 같은 성공 경험을 하나씩 쌓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에 2025년 말부터 5년간 약 3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만의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밝지만, 미래를 주도할 진정한 실력을 갖추기는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며 "저부터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힘을 모아보자"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