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헤드쿼터(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홍콩·싱가포르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세제혜택·용적률 인센티브·도시계획 규제 완화 등을 제시해 홍콩에서 이탈한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지금은 공터인 용산정비창 부지가 2030년 글로벌 기업이 밀집한 업무지구로 변신할 수 있을 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미래공간기획관이 팀장을 맡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글로벌 헤드쿼터 유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고 3일 밝혔다. TF는 글로벌 기업이 아태본부 이전 최적지로 용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맞춤형 전략을 짜는 역할을 담당한다. TF에 실무반도 꾸려 실질적인 글로벌 기업 유치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뉴욕 허드슨 야드나 싱가포르 마리나 원 등 대규모 개발의 사업 초기 단계에서 공공이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해 내놓은 인센티브가 주효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허드슨 야드는 초기 공공의 도시기반시설 투자와 재산세 감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내놨다. 싱가포르 마리나 원은 외국 자본에 대한 세제혜택과 법인 설립 허가·승인 절차 간소화, 외환시장 완전자유화 등의 조치를 통해 개발사업을 전폭 지원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전폭적인 기업 유치에 나선 것은 한국이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 선호지역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AMCHAM)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PAC 조세 심포지엄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 약 30%는 아태본부 이전을 검토 중이다. 이들 기업의 선호도 1위는 싱가포르, 2위는 한국이 올랐다. 일본이 3위, 홍콩은 4위로 나타났다.
TF는 사업시행을 맡는 코레일·SH공사과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와의 협업을 통해 토지공급 방식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현재 20개 획지로 구분해 민간에 분양할 예정인데, 이를 글로벌 기업의 요청을 받아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토지 분양을 희망하는 글로벌 기업의 요구와 특징을 파악해 사업 초기부터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코레일이 과거 정비창으로 쓰던 용산역 뒷편 49만5000㎡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100층 랜드마크 빌딩이 핵심인 국제업무존(4개 획지), 45층 복합건물이 들어서는 업무복합존(10개 획지), 주거·교육·문화 중심의 업무지원존으로 구성된다. 업무와 주거, 여가, 문화 등을 한 공간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용산역 지상철도 위로는 공중정원(그린스퀘어)가 설치되며 업무지구를 가로지르는 녹지공간인 그린코리더가 들어선다.
이달 안에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도시개발구역으로 고시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실시계획인가, 하반기 도시기반시설 착공과 토지분양이 예정돼 있다. 2028년 하반기 도시기반시설 공사가 끝나면 건축물 공사가 이어진다. 서울시가 유치 중인 '1그룹'이 2030년 초반 입주하는 게 목표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글로벌 헤드쿼터를 유치해 일자리?투자 확대 등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서울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탑5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해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3대 거점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