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시청역까지 이어지는 일방통행 구간이 재조명되고 있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의 주장과는 별개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역주행 위험성이 큰 도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차모 씨(68)는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지하주차장(정문)에서 자신의 제네시스 G80 차량을 몰고 나왔다. 차 씨는 일방통행 구간인 세종대로18길에 진입했다 도보에 들어가 사상자를 내고 시청역 부근에서 멈췄다.
세종대로18길 인근의 구조를 고려하면 차 씨가 일방통행로를 혼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18길, 호텔 후문으로 이어지는 남대문로7길,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소공로가 교차하는 오거리 형태 교차로에 끼어 있는 형태다.
호텔 정문에서 차를 몰고 나올 경우 운전자는 바로 맞은편인 4차선 세종대로18길을 볼 수 있다. 이 길은 2005년 보행로 개선 사업으로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호텔 정문에서 나서는 통로에서는 초록색 '진입금지(일방통행)'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다. 운전자는 호텔에서 나온 직후 소공로를 타고 서울광장 방향으로 우회전만 가능하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신호등이 없어 운전 방향을 혼동하기 쉬운 구조다. 호텔 정문에서 나섰을 때는 별도의 신호등이 없다. 소공로에는 신호등이 마련됐지만, 호텔에서 나서는 운전자 기준으로 90도로 꺾여 있어 확인이 어렵다. 진입금지 표지판 역시 야광표지판이 아닌 만큼 어두운 밤에는 시야가 제한된다. 인근 상점의 한 주인은 "종종 역주행하는 차량을 본 적 있다"면서도 "교통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차 씨가 일방통행로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세종대로18길은 호텔에서 정문에서부터의 거리를 합하면 약 210m가량의 짧은 구간이다. 호텔에서 나와 직진 길인 세종대로18길로 무심코 들어섰다 당황했다가 엑셀을 브레이크 페달 대신 밟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차 씨는 경기도 소재 여객운송업체에서 일하던 버스 기사로 파악됐다. 트레일러·버스 등 운전 경력을 합하면 40년 가까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숙련 운전자도 사고 시엔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차 씨는 사고 직후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연도별 급발진 의심 신고 현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인다. 2014년 113건까지 올랐던 신고 수는 2018년 39건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24건까지 떨어졌다. 올 5월까지 집계된 건수도 3건에 불과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