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몰린 여중생, 얼굴 사진 공개에 충격…무인점포 업주 고소

입력 2024-07-03 09:41
수정 2024-07-03 09:57

절도범이라고 오인한 여중생의 얼굴 사진을 무인점포에 붙인 업주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 중부경찰서는 샌드위치 무인점포 업주 40대 A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전날 접수했다.

A씨는 B양이 샌드위치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것으로 오해해 B양의 얼굴이 나온 폐쇄회로(CC)TV 영상을 캡처한 출력물을 가게 안에 붙였다. A씨는 출력물에 “샌드위치 구입하고는 결제하는 척하다가 ‘화면 초기화’ 버튼 누르고 그냥 가져간 여자분!! 잡아보라고 CCTV 화면에 얼굴 정면까지 친절하게 남겨주가 갔나요? 연락주세요”라는 문구도 넣었다.


이후 A씨는 B양이 정상적으로 결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하지만 이미 B양이 해당 무인점포를 다시 방문해 자신의 얼굴이 드러난 출력물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였다.

B양의 아버지는 “딸이 도둑으로 몰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 지금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지금까지도 결제용 기기(키오스크)에는 B양의 구매 내역이 없는데, 오류가 난 걸로 보인다”며 “어제 오전 간편결제 회사에 문의했더니 정상적으로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담하게 절도를 저지르는 것 같아 괘씸한 마음에 얼굴 사진을 공개했는데, 상처받은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B양의 부모는 “간편결제를 처음 써본 딸이 혹시 결제가 안 돼 절도범으로 오해받을까봐 가게 안 CCTV를 향해 결제 내역을 보여줬는데 도둑으로 몰렸다”고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실제 무인점포에서 절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얼굴 사진을 공개적으로 가게 안에 붙이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절도를 의심해 손님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였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무인문방구 업주는 1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찰은 조만간 B양 측을 불러 고소인 조사를 한 뒤 A씨를 상대로도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