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극우의 유럽, 휘청이는 캐나다와 일본…“G7이 뒤집힌다” [선거, G7흔들다①]

입력 2024-07-08 07:26
수정 2024-07-08 07:28
[커버스토리 : 선거, G7흔들다①]



#. “선거 결과를 완전히 예측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지만 그렇다고 판단이 이르지는 않습니다.”

지난 6월 28일(현지 시간) ‘11월 미국 대선’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 분수령인 첫 대선 TV토론 직후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분주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수바드라 라자파도 그중 한 명이었다.

토론 다음 날인 금요일이 되자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6월 27일 4.291%에서 28일 4.402%. 예상을 뛰어넘는 후폭풍에 월가는 출렁거렸다. 라자파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트럼프의 승리 확률을 더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세기(?)의 대선 토론 직후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정책, 감세와 재정적자, 이민 규제로 인한 임금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베팅했다. 장기채 매도에 따른 국채가격 하락(금리 상승)은 그 결과였다.



#. 미국채 금리만큼 롤러코스터를 탄 건 또 다른 G7, 프랑스에서였다.

지난 7월 1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49%포인트 상승한 연 3.302%를 기록했다.

전날 치러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33.1%의 득표율로 승리한 데 따른 것이다. 1차 조기 총선에서 강경 우파가 압승하자 시장 참가자들은 프랑스의 재정 위기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도세력과 좌파 정당이 극우가 다수당이 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 연합하면서 프랑스 주식과 유로화, 국채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 은행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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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슈퍼 선거의 해’가 어느덧 반 바퀴를 돌았다. 크고 작은 선거가 진행·예정된 나라만 76개국(프랑스 때문에 77개국), 전 세계 인구 중 약 42억 명이 표를 행사하는 2024년은 세계적으로 정치가 경제를 뒤흔드는 ‘폴리코노미(폴리틱스+이코노미)’의 해로 불렸다.

상반기를 완주한 지금 세계는 폴리코노미의 폭풍우 한가운데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전망에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찾아오는 ‘7월의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집권당의 변화는 다른 G7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14년 집권한 보수당이 7월 4일 총선에서 대패하며 노동당 정부가 탄생했다.

캐나다와 일본도 집권당의 약세가 감지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30여 년 만에 텃밭인 토론토 하원 선거에서 패하면서 보수당의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선거가 뒤집은 G7(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장기 채권 수익률의 상승지난 6월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TV토론은 11월 대선의 향방을 가를 첫 분수령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늦은 밤 진행된 토론에서 쉰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방을 날렸다. “바이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날 이후 미 대선의 무게중심은 트럼프 쪽으로 이동했다. 자본시장은 한발 더 빨랐다. “금요일에 뭔가 분명히 꽤 빠르게 바뀌었다.” 크루스앤어소시에이츠의 금리 거래 책임자인 댄 멀홀랜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목요일 토론 이후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지를 평가하고 있다. 꽤 큰 베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월가의 베팅’은 채권 시장에서부터 나타났다. 토론이 열린 6월 27일 4.291%였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음 날 4.402%로 급등했다.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간의 격차도 확대되면서 6월 28일(금요일)과 이달 1일(월요일)에 미결제약정 규모도 크게 늘었다.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차(스프레드)는 약 13bp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이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을 매수하고 장기채권은 매도하는 흐름은 일반적으로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 등과 관련이 있다. 시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증명이었다.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즈 등 월가의 전략가들은 트럼프 집권 시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장기 채권 수익률 상승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월가의 예측은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의 경험치에서 나왔다. 2016년 11월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장악한 이후 장기 수익률이 단기 수익률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당시에는 이를 ‘트럼프 트레이드’라고 불렀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나타내는 용어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금융규제정책은 ‘일률적인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였다. 당시 감세, 규제완화,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의 정책 기대감으로 인해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였고 금리 상승 기대와 맞물려 채권 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달러는 강세를 보였으며 규제완화와 감세 정책으로 인해 금융주와 에너지주가 크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0’의 금융규제정책 기조는 감세와 규제완화라는 같은 방향성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부자 감세와 법인세율 인하, 양도소득세 추가 감면 등을 제시했다.

또한 Fed의 고금리 정책을 비판하며 제롬 파월 현 Fed 의장을 재연임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기업의 조달금리를 높이고 주가 상승을 방해하는 고금리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면서 저금리와 경기 부양에 보다 우호적인 인물을 새로운 의장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감세로 인한 재정 악화는 보편적 기본 관세와 상호무역법 제정, 대중국 관세 부과 등을 통한 무역흑자로 해결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절치부심도 무시할 수 없다. 바이든이 완주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으며,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사퇴 압박이 고조되면서 미셸 오바마 등 제3 인물의 후보 교체론도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여론조사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한 대권 잠룡이다. 미셸 오바마는 정치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나 정치 판도는 그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바이든을 대신할 제3의 후보가 되든 재정적자 규모는 향후 미국 경제의 킥이다. 미 의회예산국은 지난 6월 ‘2024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조9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추정치인 1조5000억 달러보다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의 1조70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막대한 재정적자 규모에 월가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재무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채권 경매 규모를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더 많이 찍어낼 것이란 분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자국우선 산업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공급망의 파편화 등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통령·의회 선거로 인한 글로벌 경제, 금융, 자산시장의 변화는 매우 복합적인 리스크를 가중시킬 것”이라며 “적극적인 리스크 예방과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우의 유럽
막대한 재정지출 우려에 주식도 채권도… 미국보다 먼저 폴리코노미의 폭풍우에 휘말린 건 유럽이었다. 지난 6월 한 달 유럽 주식시장은 상승세가 멈췄고 다른 지역에 비해 주식 거래 비중도 가장 많이 줄었다. 특히 프랑스 주식은 2년 만에 가장 큰 월간 하락을 기록했다.

원인은 극우 정당의 돌풍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총선 발표였다. 유럽은 6월 6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이후 비주류였던 극우 정당이 주류로 속속 편입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이 24석으로 이탈리아 1위를 차지했고, 프랑스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30석으로 프랑스 1위를 차지하며 크게 약진했다. 독일에서는 나치 옹호 발언으로 유럽 극우정당연합(ID) 계열에서 퇴출된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이 15석을 획득해 독일 내 2위를 기록했다.

유럽의회의 지배권은 중도연합에 남아 있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핵심 유럽 국가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이 약진하면서 유럽의 정치 지형이 큰 소용돌이에 빠진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는 자국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격전지는 프랑스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의회선거에서 자신의 집권당이 참패하자 조기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자국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에게 더블 스코어로 지자 프랑스 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극우 성향 정치인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했던 프랑스 정치 문화를 토대로, 극우적 성향의 국민연합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할 것을 기대하며 총선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칫 패할 경우 다수당이 총리를 맡는 관례에 따라 ‘강경 우파’와의 동거 정부도 감수해야 하는 정치적 생명을 건 위험한 도박이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6월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CAC40지수는 2.66% 급락하며 7503.27까지 떨어졌다. 한 주간 하락률은 6.2%에 달했다. 2022년 3월 이후 최악의 실적으로 이 기간 약 1500억 유로(222조3930억원)가 증발됐다. 그리스 경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막대한 재정지출’을 예고한 마린 르펜의 극우 정당과 정반대의 좌파 정당이 힘을 합쳐 마크롱의 중도연합을 사실상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컸다.

프랑스 국채 보유 위험에 대한 시장 척도인 프랑스와 독일 국채 기준 수익률 간 격차는 큰 폭으로 확대되어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상당한 국채를 보유한 프랑스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공공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30세 미만 근로자 소득세 면제 △빈곤·중산층 상속세 폐지 △휘발유·난방연료·전기·가스 부가가치세 20%→5%로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연구소는 이런 공약을 실현하는 데 2022년 프랑스 GDP의 3.59%에 달하는 1000억 유로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재정지출을 메꾸기 위해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면 국채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자명한 것이었다.

영국 은행인 바클레이즈는 유럽 주식 비중을 축소하며 “프랑스의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이 지역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지어 프랑스의 재무장관마저 르펜의 극우 정당이 조기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리즈 트러스 시절의 시장 혼란과 유사한 ‘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냈다. 리즈 트러스는 경제정책 실패로 최단기 재임한 전 영국 총리다.

롤러코스터였다. 지난 6월 30일 1차 조기총선 이후 프랑스의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을 찾았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이 3분의 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조기총선 1차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중도세력과 좌파 정당이 극우가 다수당이 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 연합하면서 프랑스 주식과 유로화, 국채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 은행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마침내 7월 7일 2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극우 정당을 누르고 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10년물 국채금리도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7월 1일 3.348%에서 7월 8일 현재 3.212%를 기록 중이다.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이 나머지 블록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완화되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의 주가도 상승했다. 직전까지는 ‘포퓰리스트 정부’의 EU 전체 확산 가능성으로 Stoxx Europe 600 지수가 작년 10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으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주가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XTB 리서치 디렉터 캐슬린 브룩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합에 대한 지지가 앞으로 붕괴 조짐을 보인다면 이는 광범위한 랠리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브렉시트 이후의 위기, 노동당의 압승EU에 극우의 물결이 흐른다면 탈EU 영국은 독자적인 길을 걷는다.

지난 7월 4일 실시된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집권 보수당에 압승을 거뒀다.

14년간 집권해온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는 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조기총선을 전격 발표하고 7주간의 선거운동에 돌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제1야당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당의 색깔은 다르지만 프랑스, 독일 등 EU 주요국과 영국 모두 집권당의 힘이 약해지고 야당의 힘이 강해졌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영국 역시 브렉시트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악화된 경제 상황과 최근 난민 이슈 등이 겹치며 집권당인 보수당의 인기가 하락한 결과가 이번 조기총선의 결과로 나타났다.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넌 난민 신청자는 2022년 4만5755명으로 최다였고 지난해 다소 줄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다. 다른 점은 영국의 경우 난민 이슈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과 유사한 ‘Reform UK’의 부상은 제한적인 모습이란 점이다.

단, 노동당의 집권으로 경제성장과 EU 협력 증대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노동당은 150만 채의 신규 주택 건설과 EU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노동당은 내년 4월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나 실업률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아직은 (노동당에) 기대감이 크지만 총선 이후 공약 실현 및 경제 성과 여부, 재정적 불확실성,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서프라이즈 여지가 잠재함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일본
고물가에 허덕이는 가계, 추락하는 지지율 다른 G7의 상황도 비슷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집권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난 등을 해결하지 못해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특히 30여 년 만에 텃밭인 토론토 하원 선거에서 패하면서 트뤼도 총리가 내년 10월 총선 전에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역구는 1993년 이후 자유당이 놓친 적이 없는 곳이다. 자유당이 3당으로 밀렸던 2011년 총선에서조차 지켰던 34개의 지역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트뤼도 총리는 사퇴론을 일축하고 있으나 자유당 내에서조차 트뤼도 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68%가 총리 사임을 원하는 등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바닥을 치며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6월 28∼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25%로 하락했고 일부 조사에선 10%대까지 떨어졌다. 당장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재선 출마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10%의 지지율로는 어림없다. 일본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의회 해산권을 행사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시다의 지지율 급락은 민생안정 실패 때문이다. 7월 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161.72엔까지 오르며 1986년 12월 이래 3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민당은 ‘경제 재생-당신이 실감하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에 임했지만 일본 국민은 오히려 ‘가난’을 체감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수출에는 도움이 됐지만 원유나 농산물, 제조기업의 부품 등 수입물 가격은 끌어올리면서 물가상승에 직격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 일본을 추월하면서 일본열도에 큰 충격을 줬다. 민생안정 실패로 잇따른 보궐선거에서도 패배하며 집권 자민당의 입지가 축소된 것은 물론이다.

주요 7개국의 선거 결과는 국제정세를 비롯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주요 정치 이벤트가 경제 및 금융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