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한미약품 모녀와 손잡았다…경영권 다시 바뀌나

입력 2024-07-03 18:33
수정 2024-07-04 09:00
이 기사는 07월 03일 18: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임종윤·임종훈 형제에게 빼앗겼던 경영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을 잡으면서다. 지난 주주총회에서 형제 편을 들었던 신 회장은 넉달만에 마음을 돌렸다.

법무법인 세종은 신 회장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모녀가 보유하던 지분율 6.5%(444만4187주)을 1644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3만7000원으로 이날 종가(3만1150원)보다 18,78% 높다. 거래 종결일은 9월 초다. 신 회장은 이들 모녀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 계약으로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신 회장의 합산 지분율은 35%에 이르게 됐다. 세종은 "직계가족과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이번 주식 매각 대금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했다"며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주식가치 평가를 방해했던 '오버행'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모녀는 지난 3월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정기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을 밀어냈다. 형제를 포함해 이들이 추천한 5명이 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9명) 과반을 차지했다. 신 회장은 당시 형제들 편에 섰다가 4개월 만에 돌아섰다.

세종 측은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가족의 큰 어른으로서, 신 회장은 임성기 회장의 막역한 고향 후배로서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며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을 통해 한미가 글로벌 제약사로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형제를 등지면서 모녀 측이 경영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의 우호지분은 29% 수준으로 줄었다. 이로써 한미약품 모녀 측은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을 소집하고 경영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사이언스는 정기 주총 이후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 체제였다가 지난 5월부터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임종훈 대표 주도로 송 회장은 당시 공동대표직에서 해임됐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