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효과적인 신약이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세계 첫 알츠하이머 신약인 레켐비에 비해 인지능력 저하를 늦추는 효능이 더 뛰어나 치매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치매 치료제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레카네맙)에 이어 FDA 정식 승인을 받은 두 번째 치매치료제다. 두 약 모두 초기 알츠하이머로 진단받은 환자들을 위한 약이다. 레켐비는 지난 5월 국내에서도 승인받았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은 키썬라에 대해 “임상에서 레켐비 대비 더 우수한 효능을 보인 데다 투약 간격도 길어 기대가 큰 신약”이라고 평가했다.
임상 3상에서 키썬라는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를 35% 늦췄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기억력, 사고력, 일상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가 치료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더뎠다는 의미다. 앞서 승인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를 27% 낮췄다.
투약 편의성도 개선됐다. 레켐비는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에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는데, 키썬라는 4주(한 달)에 한 번이면 된다.
단점은 부작용이다. 키썬라를 투약한 후 뇌에서 피가 나거나 붓는 비율이 레켐비보다 더 높았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독성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묵 단장은 “레켐비와 키썬라 모두 투약 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부작용 여부를 보고 계속 투약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며 “한국은 환자들이 비교적 손쉽게 MRI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부작용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썬라가 레켐비에 비해 아시아인과 여성 환자에게서 비교적 고른 효능을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묵 단장은 “치매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많은데 레켐비는 최근 여성에게서 효능이 미비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논란이 있다”고 했다. 레켐비가 백인 등 다른 인종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효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꼽히는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제거되면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한 것도 레켐비와의 차별점이다. 환자와 건강보험의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는 평가다. 임상 환자 중 47%가 첫 투약 후 12개월 차에 치료를 마쳤다. 약을 끊고도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것도 임상에서 증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키썬라는 이달 내로 미국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키썬라의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국내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치료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