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기자동차 생태계 허브’로 인도네시아를 점찍은 건 세계 1위 니켈 생산국이어서만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대국이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최대 경제국이다. 생산가능인구(16~64세)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차를 생산하고, 팔기에 이만한 나라가 없다는 얘기다.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운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생산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현대차그룹이 터를 잡는 데 한몫했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60만 대를 생산하고 2040년까지 세계 5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인 HLI그린파워 준공식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뿐 아니라 해양투자조정부 투자부 산업부 공기업부 등 인도네시아 주요 부처 장관이 총출동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코위 대통령 “시승하고 싶다”이날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조코위 대통령은 삼엄한 경비 속에 HLI그린파워에 도착해 정 회장과 생산 라인을 15분가량 둘러봤다. 정 회장은 배터리셀 공정을 설명했고,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산 배터리가 처음으로 장착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에 앉아 “시승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배터리 모듈과 팩에 직접 조립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코나 일렉트릭 1호차에 서명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50%씩 지분을 보유한 HLI그린파워는 32만㎡ 부지에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공정 등을 갖추고 있다.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셀은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이다. 삼원계인 NCM보다 배터리 안정성과 수명이 더 우수한 게 특징이다.
HLI그린파워 공장에서는 이 배터리셀이 18개씩 포장되고 있었다. 배터리셀 216개가 들어가는 코나 일렉트릭은 1회 충전에 600㎞ 이상(현지 기준)을 달릴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은 아이오닉 5에 이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2022년 3월 준공)에서 생산하는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이다.
현대차그룹은 HLI그린파워 준공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원자재 조달부터 배터리·완성차 생산, 충전 시스템 확대, 배터리 재활용에 이르는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6억7000만 인구의 아세안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인니 최초 일관생산체제 갖춰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작년 기준 1만8000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2%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두 자릿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올 들어 본격 진출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현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점을 활용해 ‘국민 자동차’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도네시아 공공장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중고 배터리 활용 방안 연구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산업을 키우겠다며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막고, 정련·제련소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시행 중인 2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준다.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 12~15%에 달하는 등록세를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다.
자카르타=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