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배당 확대 기업의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기업이 직전 3개년 평균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 대비 5% 넘게 배당을 늘리면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를 5% 세액공제한다는 방침이다. 배당소득세도 금융소득 2000만원까지는 배당 증가분에 한해 원천징수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2000만원 초과 시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을 45%에서 25%로 인하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대로 두면 투자자가 내년부터 주식·채권·펀드 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이익을 얻으면 최고 25% 세금을 내야 한다. 상속세는 우선 최대주주 할증과세부터 없애기로 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최대주주는 여기에 10%포인트를 가산해 최고 60%를 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이며 평균 25%보다 월등히 높다.
문제는 법 개정 사안인 세제 개편이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를 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공언한 정책이 국회만 가면 ‘없던 일’이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래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야말로 툭 던져만 놓지 말고 법안 통과를 위해 정부·여당이 총력전을 펴야 한다. 야당은 물론 국민을 상대로 세제 개편의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국내 주식투자 인구만 1400만 명이 넘는다. 배당 확대를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다. 배당소득세 감면은 고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소극적 주주환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상속세율은 너무 가혹하다. 야당도 무조건 ‘부자 감세’라며 어깃장만 놓지 말기 바란다.
정부는 밸류업 세제 외에 소상공인 지원책도 내놨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로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정책자금 상환 연장, 전기료·임대료·배달료 감면 등을 통해 총 2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에 한해 선별적으로 두텁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 같은 무차별적 현금 살포와는 다르다. 정부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도 내놨다.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를 위해 정년 이후 계속 고용, 사교육비 경감, 대학 구조조정 지원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사회구조 문제 해법을 모색한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핵심 과제로 내세운 노동·연금개혁 의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건 아쉽다.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