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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로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를 중심으로 원자력 에너지 직접 구매 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곧바로 전기를 사오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 발전소의 약 3분의 1을 운영하는 발전사들이 빅테크들과 전력 직접 공급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미국 최대 원자력발전기업 컨스텔레이션에너지와 동부 해안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직접 공급받는 계약을 막판 조율 중이다. 아마존닷컴은 지난 3월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원자력 발전으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6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최근 들어 발전사(생산자)와 고객이 직접 자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BTM(behind the meter) 방식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발전소는 생산한 전기를 대형 전력 네트워크(전력망)를 통해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FTM(front of the meter) 방식을 활용했다. BTM 솔루션은 기업 등 수요자가 필요에 따라 에너지를 생성하거나 저장할 수 있다. WSJ는 “BTM 솔루션은 데이터센터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송배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빅테크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미국 발전사 비스트라는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BTM 솔루션에 관한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짐 부르케 비스트라 최고경영자(CEO)는 “BTM 방식을 선호하는 대부분의 고객사는 ‘가능한 한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고 요청 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에너지를 데이터센터 등에 전용으로 공급하면 다른 고객의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빅테크 전용으로 빠져나가는 전기량만큼 전력망에 공급할 대체 발전원으로 가스화력발전소가 늘어나면 친환경성이 저해될 우려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소비자 운동가인 패트릭 시세로는 “빅테크 등 대형 에너지 소비자가 일종의 우선권을 갖게 되면 전기 비용과 신뢰성 면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