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고령층이 받는 기초연금이 인상되면 자녀의 경제적 지원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기초연금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가족의 경제적 부담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초연금의 노인 빈곤율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지원이 감소하면 고령층의 경제적 취약성은 오히려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승준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는 3~5일 국민연금공단(NPS)이 주최하는 '제1회 NPS 포럼'에서 '기초연금액 인상이 고령층 노동공급 및 사적(私的)이전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사전 입수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기초연금 인상은 고령층의 노동공급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사적이전소득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금 지급액이 늘면 자녀나 다른 가족구성원으로부터 받는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중위소득보다 소득이 많은 가구일수록 사적이전소득액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사적이전소득 감소는 자녀나 다른 가족 구성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그 자원을 교육, 주택, 저축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며 "전체 가족의 경제적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사적이전소득 감소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박 교수는 "기초연금의 소폭 인상이 노인 빈곤율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적이전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은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더욱 취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 수급액이 인상됐음에도 노령층이 근로시간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러한 사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기초연금이 늘어났음에도 실질적인 소득 증가 효과는 크지 않아 노인들이 노동시장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일 기초연금 도입 10주년을 맞아 국민연금공단과 '기초연금 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초연금 도입 당시 435만 명이었던 수급자 수는 지난해 말 651만 명으로 216만 명(49.6%) 증가했다.
노인인구 증가로 기초연금에 투입되는 예산도 불어났다. 기초연금 예산(국비+지방비)은 2014년 6조9000억원에서 올해 24조4000억원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올해 기초연금 지급액은 단독가구 기준 월 33만4810원, 부부가구 기준 월 53만4400원이다. 도입 당시 월 10만원(단독가구 기준)에서 꾸준히 인상됐다.
가파른 고령화로 기초연금 지급액은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 산하 기초연금적정성평가위원회에 따르면 2070년에는 기초연금 지급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3.1%에 달하는 238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