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운전자 "100% 급발진…차가 말을 안 들었다"

입력 2024-07-02 08:36
수정 2024-07-02 09:03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13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고 원인을 '차량 급발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차량 운전자 A(68)씨는 2일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그는 1974년에 면허를 취득한 '베테랑 운전수'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날 저녁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차량의 느낌이 평소와 달리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운전을 오래 했고 현직 버스 기사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고 했다.

A씨의 아내도 사고 당일인 1일 동아일보에 "갑자기 급발진하며 역주행이 일어났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해야하므로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했다.


전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를 몰고 역주행해 보행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를 낸 A씨는 사고 원인이 '차량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A씨의 주장대로 차량 급발진이거나 운전 미숙 또는 부주의 등 운전자 과실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이나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상을 보면 사고를 낸 승용차가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추는데, 통상 급발진 차량이 연석 등 주변 구조물과 부딪치며 마찰력을 이용해 속도를 줄이는 것과 달랐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급발진할 때는 차량 운행이 끝날 때까지 가드레일이나 주변 구조물을 박았어야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췄다. 급발진이었다면 뭐라도 박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우는데 급발진이라고?"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전날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A씨가 몰던 검은색 승용차가 역주행해 보행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숨진 9명 가운데 6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심정지 상태 이후 숨을 거뒀다. 사망자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으로 조사됐다.

A씨는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18길)를 역주행하다 이런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량은 빠른 속도로 도로에 있던 다른 차량 2대를 추돌한 후 인도 쪽으로 돌진해 굉음을 내며 안전 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사고 당시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에는 편의점 앞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던 시민 여러 명과 휴대폰을 들고 걸어가는 시민 등이 뒤에서 들이받는 A씨 차량에 변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 차량은 이어 인도와 횡단보도도 이리저리 다니며 다른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반대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서 멈춰 섰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