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영입하고 간판 바꿔달더니…SOOP 주가 '씽씽'

입력 2024-07-02 10:18
수정 2024-07-02 10:19

SOOP(옛 아프리카TV) 주가가 연일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인터넷 방송인(스트리머) 후원용 사이버머니인 별풍선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2분기 호실적 기대감에 투자심리에 불이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표권 관련 법적 분쟁은 풀어야 할 숙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5월31일~7월1일)간 SOOP 주가는 19.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1.82% 오른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날 장중엔 14만2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초에 비하면 주가는 61.7% 뛰었다. 9000억원대에 머무르던 시가총액도 1조5748억원으로 불어났다.

기관 투자가의 매수세가 눈에 띈다. 전날까지 기관은 4거래일 연속 SOOP을 순매수했다. 최근 1개월로 넓혀보면 기관은 SOOP을 22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12억원어치 사들였다. 앞서 모건스탠리 계열 자산운용사인 '모건스탠리 앤 씨오 인터내셔널 피엘씨'는 4월2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장 내에서 5만5414주를 사들였다. 지분율은 5.17%에서 5.65%로 높아졌다.

실적 개선 전망이 나오며 주가가 우상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SOOP의 2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보다 20.42% 증가한 1044억원, 영업이익은 21.74% 늘어난 288억원으로 예상했다. 앞서 1분기에도 SOOP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16%이상 웃돌았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별풍선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2분기 SOOP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돌 것"이라며 "작년 3분기 인수한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 씨티티디(CTTD)의 실적도 더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국내 철수 후 SOOP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별풍선 집계 사이트인 '풍투데이'에 따르면 6월 누적 별풍선 개수는 7억4000만개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분기 기준 SOOP의 매출 948억원 중 787억원(82.9%)은 아프리카TV에서 나왔다. 아프리카TV 매출 대부분은 별풍선 등 기부경제선물로, 시청자가 스트리머에게 별풍선을 후원하면 SOOP이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스트리머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SOOP은 네이버 치지직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만 보면 치지직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SOOP 앱 MAU는 234만5794명으로 치지직(228만8429명)과 큰 차이 없다. 치지직은 트위치 사용자를 대부분 끌어들이며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다만 이용 시간 측면에선 SOOP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SOOP 앱의 총사용 시간은 4206만5253시간이다. '사용자당 평균 사용 시간'은 1076분으로 치지직(598분)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이용 시간은 스트리머 팬덤 결집도·플랫폼 수익 등을 가늠할 수 있다. 플랫폼의 수익성과도 연결된 핵심 지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지직은 트위치 이용자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이제 플랫폼 생태계, 수익 구조 등을 갖춰야 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프리카TV와 치지직의 평균 이용 시간은 2배 가까이 차이 난다"며 "치지직 출시 1년을 맞는 내년 초 스트리머 이적 등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진출도 긍정적인 요소라는 평가가 나왔다. SOOP은 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지난달 SOOP은 글로벌 서비스를 출시했고, 현지 스트리머들을 영입하는 등 서비스 안정화 작업 중"이라며 "앰배서더 스트리머들의 게임 동시 송출이 글로벌 서비스 향후 트래픽을 가늠할 주요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SOOP은 '페이커' 이상혁을 앰배서더 스트리머로 영입했다. 다만 디도스 공격 문제로 아직 방송은 진행되지 않았다.


SOOP 관련 상품권 분쟁은 숙제로 남아있다. 배우 공유, 공효진, 수지 등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숲은 지난달 SOOP을 상대로 상표권 등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매니지먼트 숲은 공지를 통해 "최근 주식회사 아프리카TV가 상호를 '주식회사 숲'으로 변경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프리카TV의 이러한 행위는 당사의 상표권, 상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행위가 계속되는 경우 당사가 쌓아 온 명성, 신용이 훼손되고, 당사 소속 배우들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되며, 이러한 손해는 사후적으로 회복될 수 없다"고 가처분 신청 배경을 전했다.

SOOP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바꿨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일부 스트리머의 일탈로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찬용 대표는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플랫폼 서비스가 TV라는 인식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더욱 펼쳐 나가기 위해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