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 토론 이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가족 회의 후 사퇴 불가 방침을 굳힌 뒤 백악관에 복귀한다. 대안 후보들의 승산 가능성이 낮고 전당대회까지 버티면 된다고 판단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당분간 토론 후폭풍의 확산을 막고 고액 후원자들을 안심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90분 토론으로 4년을 판단하지 말라"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유세에서 대선 완주 의지를 확인하며 중도하차론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이어 주말 내내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해 가족들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며 거취를 숙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가족들과 캠프, 측근들은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반대하고 그의 완주 의지를 북돋웠다"고 전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캠프데이비드에 머문 와중인 패션전문지 '보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며 "90분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의 4년간 시간을 재단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후보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이처럼 주말 동안 '토론 후폭풍'을 정면 돌파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공식 기자회견을 할지, 특정 언론 인터뷰에 응할지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날 오전까지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캠프는 이날 대선 토론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정치 광고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독립 기념일인 7월4일 군 장병 가족들과 함께 축하 행사를 여는 것을 포함해 유세 없이 일상적인 직무 활동만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해리스 부통령, 더 인기 없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측이 중도 하차를 거부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다른 민주당 후보들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없다고 여기고 있다. 그들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8주 후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만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엔 민주당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길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본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전인 이달 중순에 바이든 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해 당내 잡음을 조기에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고액 기부층의 마음을 달래고 바이든의 활력을 보여주는 게 바이든의 생존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지지자들은 고액 기부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걸고 있으며 계속해 정치자금을 제공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론 다음날 바이든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였는데 바이든 캠프 관리들은 바이든이 여전히 건재하고 너무 늙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캠프 측은 바이든의 할아버지 걸음이나 퇴색한 토론 솜씨보다는 바이든의 판단력과 기록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니 이는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도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