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만 명이 넘는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은퇴하면서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0.38%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일 공개한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에 속하는 954만 명이 올해부터 법정 은퇴연령(60세)에 진입한다. 2023년 말 기준 전체 인구의 18.6%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35.3% 많다.
한은이 2차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성장률 변화를 경제 모형으로 추정한 결과, 60대 고용률이 2023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부터 2034년까지 11년간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간 0.38%포인트 하락했다.
재취업 지원 등 정부 정책 지원으로 최근 10년간의 60대 고용률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성장률은 연간 0.24%포인트 둔화됐다. 60대 고용률이 고령자 고용 정책에 적극적인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연간 성장률은 0.16%포인트 낮아졌다. 정부 정책에 따라 연간 성장률 하락 폭이 최대 0.22%포인트 축소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베이비부머 은퇴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신규 진입 등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한은은 2차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하면 소비도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령층의 소비 성향이 통상 약해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다만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전 실질소득과 자산이 많아 정부 정책 등에 따라 내수 기반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차 베이비부머가 주로 속한 50대의 가구 평균 실질소득(2023년 기준)은 7120만원으로 10년 전인 2013년 50대(5564만원)보다 27.9% 많았다.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연령 이후에도 생애에 걸쳐 축적한 인적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고령층 재고용 의무화, 법정 정년 연장, 탄력적인 직무·임금 체계 도입 등 고령층 고용 연장 제도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산유동화, 연금제도 개선 등을 통해 2차 베이비부머의 소비를 활성화해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기반 약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