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몽골로 여행을 떠난 유 모씨는 편의점에서 라면을 살 때 신분증을 요구받았다. “만 16세가 넘어야 라면 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유 씨는 “술, 담배를 사는 것도 아닌데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해 황당했다”며 “라면이 몸에 해로운 식품으로 인식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실제 몽골에서 인스턴트 라면은 유해식품으로 취급된다. 2007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중국산 라면을 먹은 학생 두 명이 사망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라면 제조과정에서 독성 폐수가 들어간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라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사의 위생 관리 문제였으나, 이후 몽골 정부는 라면을 만 16세 이상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21세 이상 구매가 가능한 술, 담배보다는 낮지만 초·중학생은 라면을 못 산다.
CU GS25 등 몽골에 진출한 한국 편의점들도 몽골의 이같은 정책 탓에 상품 구색을 일부 변경해야 했다. 편의점에 10대 고객이 많은데, 상당수가 라면을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만 14세 미만 인구는 전체의 30%를 넘어 한국(10.6%) 보다 비중이 훨씬 높다.
대안으로 CU는 간편식 면 요리를 선보였다. 작년말 한국식 짜장면, 일본식 라멘, 이탈리아식 파스타를 판매했는데 초도 물량이 금세 다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세 간편식 면 요리는 출시 석 달 만에 총 20만개 넘게 판매됐다. 간편식은 인스턴트 라면과 달리 신분증 확인을 요구받지 않아 10대 학생들이 특히 많이 사갔다. CU는 간편식 특화 매장을 몽골에 조만간 낼 예정이다. 생라면과 떡볶이, 핫도그, 후라이드 치킨 등 ‘K푸드’ 전시장 처럼 꾸미기로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